#불안장애
하루를 날려보내는 방법 중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으나 그 중 가장 멍청한 짓은 숙취에 시달리는 게 아닐까 싶다.
방금 내 인생 최악의 숙취에서 겨우 해방된 참이다.
2년간의 금주가 끝난 후, 더 정확히는 술의 유혹에 무릎을 꿇은 후 몇 번의 음주를 더 했다.
거의 5년만에 만난 친구들과 가볍게 기울인 맥주잔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애초에 문제가 있어서 술을 끊은 것인데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하면 그 문제가 당연히 다시 돌아오지 않겠는가.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마음의 허기 때문에 술을 마셨다.
아무리 마셔도 충족되지 않았다.
나는 마음의 허기를 일중독, 운동중독, 음주, 여행 등으로 풀었는데 그 중 음주가 최악이었다.
이번에도 결국 그 허기짐에 짓눌려가는 중이었다.
내 딴에는 조절해가며 마신다며 주중에도 술을 마셨다.
그러다 어제 탈이 나버린 것이다.
위액까지 모두 토할 정도로 몸에 탈이 났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서 오전 11시까지 내내 구토를 하다가 겨우 집 앞 내과 의원에 기다시피 해서 걸어가서 수액을 맞고 약을 타왔다.
이런 적이 처음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탈이 난 건 또 처음이었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데, 고작 동네 내과인 그곳은 토요일을 맞아 크게 붐볐다.
온갖 영양제 광고가 붙어있는 곳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 것 같았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토할것 같은 몸을 이끌고 수액을 맞고 있노라니 몸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병원에 와서 병든다는 말이 뭔지 실감이 났다.
내 옆 자리에는 중년의 한 남성이 와서 영양제를 맞고 있었는데 간호사의 질문 하나를 열 마디로 답할 정도로 주절주절 말을 이어가는 사람이었다. 그의 옆에는 굳이 좁은 주사실까지 그의 아내가 비집고 들어와서 남자와 시덥지도 않은 이야기로 내 휴식을 방해하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병원에 한시라도 더 있으면 절대로 낫지 않을 것 같아서 수액을 맞고 좀 앉아 있다 가라는 간호사의 만류에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약을 먹고 쉬다가 좀 나아진 것 같아서 죽을 좀 먹었는데, 너무 타이밍이 일렀던 건지 다시 속이 메슥거려서 한참을 더 고생하고야 잠에 들었다.
잠에 들기 전에 어렸을 적 아빠가 날 때린다고 문을 부수고 들어오던 날이 떠올라서 좀 울다가 잤다.
참 뜬금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이게 내 삶의 양상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어찌할 바 모르는 마음의 허기를 어떻게든 채우려 끊임없이 뭘 채워 넣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고,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던 때를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다음날 겨우 깨어나서 초췌해진 얼굴을 뒤로하고 집정리를 하면서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는데 그게 또 너무 과도한 의욕이 될까 경계하는 중이기도 하다.
나는 너무 과한 의욕에 사로잡히면 항상 탈이 나니까.
확실한건 다시는 그 도때기 시장같은 병원에서 링겔을 맞는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술에 손을 대지 않아야겠다는 것이다.
다시 금주 시작.
D+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