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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Jun 29. 2018

커피 마실때 만이라도

행복한 생각을


워킹홀리데이로 베를린에 살던 시절 아침에 눈을 떠 커피를 내리고 그 커피를 마시며 새소리와 성당 종소리를 듣는게 너무나 매력적 이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은 나의 아침풍경을 바꿔 놓았다. 


초록풍경이나 성당의 종소리 그리고 커피향 같은 일상의 아주 흔한 것들이 어우러져 아침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매일 아침 6시쯤 눈을 뜨면 세수도 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나가 갓구운 빵을 사오는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자전거를 잘 타긴 하지만 올라타는 만큼 많이 넘어져 자전거를 무서워 하는 와중에도 갓구운 빵을 사러 달리는 길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한국에 와서 제일 아쉬웠던건 아침에 동네 어귀에서 갓구운 빵을 먹을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에게 빵은 우리에게 밥이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원래 나는 아침에도 밥과 국을 고수하는 토종 한국 입맛 이었지만 의외로 독일에서 한국음식이 크게 아쉽지가 않았던 것이 나는 꼭 한국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해외에 나가 음식때문에 고생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치즈를 덩어리째 손에 들고 다니며 먹고 와인의 풍부한 맛까지 알아버려서 한국에서 먹는 와인의 아쉬움에 곤란한 지경이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함은 위대하다.

인생에 있어  결심이나 환경의 변화는 당장 자신을 엄청나게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결심으로 인한 삶의 사소한 변화들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것 같다


그것과 더불어 가장 큰 변화는 나의 커피 취향 변천사 인데, 단맛에 먹는 카페모카로 시작한 내가 지금은 에스프레소의 맛 까지 알 정도의 커피 애호가가 되었다. 아침마다 원두를 핸드밀로 갈아 원산지별로 먹어본 결과 좋아하는 원두도 생기고 요즘엔 콜드브루까지 섭렵하게 되었으니 하루에 커피를 세잔까지는 먹는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물론 커피만의 탓이겠냐만은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는 날이 늘어나니 그렇게 튼튼하지 않은 위장은 잦은 고장을 일으켰고 이제는 2년에 한번씩 위 내시경까지 하게 되었다. 게다가 역류성 식도염이나 역류성 인후염 같은 역류성 질환까지 달고 사는 지경. 물론 이 위장질환의 팔할, 아니 9.9할은 회사로부터의 스트레스, 회사가 나에게 남겨준 훈장쯤일까. 한번 고장난 위장은 원상태로 잘 돌아가지 않는다. 역류성 질환은 어디가 많이 아프다기 보다는 소화가 더딘 육류나 위산이 많이 발생되는 단백질류,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나 음식 등등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불편함이 크다. 그로 인한 증상은 목 이물감으로 인한 헛기침인데 생각보다 더 불편하다. 더 심해지면 밥을 못삼키는 지경이 된다. 


음식물을 씹었는데 삼키지 못하는  지경이 되면 절로 떠오르는 박과장김대리신과장 생각에 '씹어 삼키기 라도  해야 내가   삶을 버텨낼텐데라고 정신을 차리며 악착같이 목구멍으로 통과시키곤 한다.


이렇게 나의 아침을 소소한 행복으로 만들어 주던 커피가 하루를 억지로 버텨내기 위한 수단이 되자  몸에 독이 되었던 것이다팍팍한 하루를 몇잔의 커피로 버티는 사람들그로인해 병드는 사람들의 위장그렇게 카페인으로 질기게 버틴 회사생활은 즐겁지 못했고 커피는 줄여야 하는것이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커피는 버티기 위함이 아닌 삶의 빈틈을 조금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진게 아닐까.

질기게 버티기 위해 마시는 커피말고 지금 나의 기분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커피한잔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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