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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Aug 06. 2020

오늘 실수만 한 나에게

실수하지 않은 날의 나도 있으므로

실수를 많이 한 날이다. 계속 수정한 파일을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일 하나는 실수 없이 잘한다고, 똑 부러진다고 늘 큰소리치는 나라서, 이 분야에선 정통했다고 자부하는 나라서 부끄러웠다. 나도 모르게 계속 변명을 생각했다. 물론 다른 사람 탓도 있었지만 마음속으론 결국 내 실수란 걸 알면서도 계속 핑계를 대고 있었다. 핑계를 계속 찾는 이유는 이 실수를 내 탓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같아서 퇴근을 하면서도 마음이 찜찜했다.


버스를 탔다. 창밖을 보며 오늘 실수만 한 내가 부끄러운지 나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나의 실수에 굉장히 엄격했다. 어떤 책에서 나의 가난이 부끄럽다면 타인의 가난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란 글을 읽고 뜨끔했다. 그러니 남에 대한 비난을 멈추라고, 그것은 모두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고.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무신경하고 덜렁대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 말은 나의 그런 모습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이겠지 싶었다. 남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건 나의 실수를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실수를 잘하는 나라서, 모든 실수를 책임지고 싶어서 늘 뒤돌아서 나 자신을 원망한다. 나는 왜 이것밖에 되지 못하는 사람인가, 나는 왜 이렇게 실수가 잦은가 생각했다.


‘첫걸음은 자신에 대한 존경심에서’라는 니체의 말 제1장처럼 나 자신을 아끼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된다. 나는 나를 아끼지 않아 남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란 걸 오늘 실수만 한 나를 통해서 배운다. 나는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절대 완벽해질 수 없다. 그러므로 실수를 한 자신을 원망할게 아니라 실수를 책임지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방법 외엔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


퇴근의 버스 안, 오늘 실수만 한 나를 오히려 칭찬해주기로 했다. 매일매일 실수하는 건 아니니까, 오늘 하루쯤은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실수하는 나를 또 하나의 나로 수집하기로 했다. 이제 다음부턴 나를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하겠다. 실수를 자주 하지만 그 실수를 잘 인정하고 수습하는 사람이라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결코 실수하는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그리고 잦은 실수로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이야기를 들어줘야지.


우리는 모두 하루에도 여러 번의 실수를 한다. 하지만 실수한 자신을 미워할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 분명 실수는 계속될 것이고 모든 선택을 할 때마다 모르겠다고 나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선택과 결정 그리고 실수, 요즘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이다.


지나간 많은 실수들에 매여 있다. 잘못된 선택, 그때 아쉬웠던 판단, 그리고 그로 인해 지나버린 모든 시간을 떠올리면 나의 마흔이 너무 슬프다. 가끔 지금의 나를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는 때가 있다. 나에겐 없는 모든 것들을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쓰려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내 모든 선택은 나쁜 선택이 아니라 그냥 나의 선택이었을 뿐, 지나간 실수는 지나갔으니 의미가 생긴 것일 뿐이다. 실수만 하는 오늘의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았던 날들의 모든 날도 나이므로. 좋은 선택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나도 나이므로.


인생은 때로 실수하고 때로 능수능란한 날들이 반복될 뿐이다.






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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