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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Apr 20. 2020

#23. 계속해서 모래성을 쌓기로 했다.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는 것 처럼 나 또한 계속 해서 모래성을  쌓아야지

파도가 휩쓸고 간 모래성을 떠올려 본다. 예쁘게 정성들여 모래성을 만들고 있었는데 파도가 한 두번 모래성 가까이 오더니 이내 모래성을 허물어 버렸다. 마치 요즘의 내 일상 같다. 


한 번쯤은 요가를 건너 뛰어도 괜찮겠지.

오늘은 늦게 일어도 괜찮겠지.

아침에 기도했으니 저녁은 스킵해도 괜찮겠지.

내일이 있으니까 오늘 못한 일은 내일로 미뤄도 되겠지. 


이런 파도같은 생각들이 공들여 쌓은 여러 좋은 습관을 무너뜨렸다. 회사 생활도 일상 생활도 허물어진 모래성 같다. 회사에선 요즘 부쩍 정신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일이 많은 것도 아니다. 팀원들의 업무를 케어하느라 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고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은 계속 미루다 보니 닥쳐서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집에선 늘어졌다. 집에서 사소한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을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집에만 있으면 늘어졌다. 잠을 잘 때가 아니면 침대에 잘 눕지 않는 편이었는데 어제는 하루종일 침대에서 와식 생활을 했다. 밤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 된 줄 알았는데 밤에 일찍 잠드는 건 유지한 채 늦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정신을 차렸다. 뭐 그럴싸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나의 망가진 습관들을 생각해본 것이 계기라고 하면 계기일 수 있겠다. to do list 정리하기, 요가와 기도, 청소와 요리, 글쓰기와 글읽기 같은 것들. 소소해보이지만 나의 하루 하루를 지탱해주는 지지대 같은 것들임을 이제는 안다.


이러다 또 몇 번의 파도에 허물어질지도 모르겠지만 -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는 것 처럼 나 또한 어김없이 계속 해서 모래성을 쌓아야지.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일테니.


아참, 오늘 정신을 차리며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매일 글을 쓰겠노라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브런치를 볼 때면 너무 방치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곤 했다. 브런치는 마치 내 책장 어딘가에 꽂혀있는 영어책 같은 느낌이었다. 꺼내서 공부해야 하는데 하며 힐끗 쳐다 보다가도 내일부터 해야지 하며 눈길을 거두는. 브런치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죄책감을 없애는 현답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잘 쓰든 못 쓰든 하루에 한 문장 이상의 글을 브런치에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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