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오는 이유는
내가 시에게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꽃을 노래하기 위해
내가 꽃에게로 갔을 때
꽃은 이내 시들어 버렸고,
강을 노래하기 위해
내가 강으로 갔을 때
강물은 이내 말라 버렸다.
버림받은 기억의
외로운 긴 밤을 지나고 있을 때 즈음
나비 하나가 내 어깨 위에 앉아 주었다.
그가 날아가 버릴까 두려워
난 그를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내가 나의 존재를 망각할 즈음
그는 내게 날아들어
나비의 심장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심장은
나에게 그를 노래하게 하였다.
더는 나는 나일 수 없었고
또 다른 영혼의 심장 속으로
나비의 심장을 남기기 위해
날아오른다.
200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