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문득 잠이 깼다. 다시 잠을 청하는데, 실패다. 일어나보니 어잿밤 히터 켜는 것을 깜박했다. 히터를 켜고 다시 잠을 청하는데, 이미 잠이 너무 멀리 달아나 있었다. 부실했던 어제 저녁 탓에 배도 고프고.. 아침 커피 생각이 났다. 늘 그렇듯 집에서 내려먹으려다 이른 아침 산책 길이 궁금해졌다. 커피숍도 열었다. 자주 가는 커피숍이지만 이렇게 일찍 여는 지는 몰랐다. 익숙함 속에 숨겨진 낯설음을 발견할 때면 새롭다.
길을 나선다. 아침 공기가 좋다. 해 뜨기 전 세상 밝기가 딱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약간의 기분 좋은 싸늘함이다.
길에 얼마 전에도 없던 꽃들이 피었다. 이렇게 예쁠 수가.
보통 때는 해가 떠서 보지 못했던 달팽이들이 모두 나와있다. 참 귀여운 녀석들이다.
저들은 세상을 어떻게 보고 느낄까.. 문득 궁금하다.
길 구석 틈을 놓일새라 꽃이 꾸역꾸역 피어있다. 화단의 꽃보다 사연이 더 있어보여 마음이 더 가는지 더 이뻐보인다. 누군가의 발 길에 다치지 말고, 부디, 온전히 생을 누리다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꽃들이 저 작은 틈까지 찾아 내려 앉으려면 얼마나 많은 꽃씨를 세상에 뿌려야 할까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라도 오래두면 곰팡이가 피는 걸 보면 세상을 늘 가득채우는 곰팡이의 번식 전략과 그 노력에 감탄하게된다. 너 참 대단하다 말하면, 아마 시크하게 "그, 별 거 아냐"하고 답할 것만 같다.
이 나무를 지날 때면 늘 우러러보게 된다. 이 근처에서는 짱먹는 나무다. 참 멋있다.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그의 멋있음을 나는 알지만 그는 알지 못할 것이다. 그 멋있음은 내 마음에 있기에 내 마음이 풍요롭다. 그는 멋있음을 초월한 이미 꽉찬 마음이기에 저렇게 당당할지 모른다. 스타같은 나무의 팬이된 마음이다.
나무에 구름이 꼈다. 구름을 부리는 작은 거미 친구들은 새벽 이슬에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읽찍 깨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니, 너희들은 늦잠 푹자고 일어나길.
가는 길, 꽃들이 예쁘다.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자세히 보면 참으로 경이로운 예술이다. 오래보면 그 예쁜 익숙함에 사랑스럽다.
아메리카노.. 뜨거운 거.. 샷 추가요~
집에서는 늘 드립 커피지만 카페에서는 맛을 장담할 수 없어 웬만하면 아메리카노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하우스커피가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기도 해서, 여하튼 아메리카노 밖에 선택이 없다. 드립 커피를 잘 내리는 커피숍이 주변에 없는 게 좀 안타깝지만, 카페 분위기는 편하고 좋다.
아뜨~.. 아침에는 뜨거운 커피다.
뜨거운 커피를 받아들면 난 늘 작은 컵 하나를 더 받아 온다. 커피 맛은 눈과 코와 입으로 즐긴다.거기에 쪼르르 따르는 소리까지. 작은 구멍으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 맛을 모른다. 또 너무 뜨거워 제대로 마실 수가 없다. 식을 때까지 기다리면 반쯤 먹다보면 너무 식어 맛이 없다. 그래서 난 늘 작은 컵에 조금씩 따라 내가 좋아하는 온도로 식히며, 따르는 소리를듣고, 색을 보고 향을 맏으며 조금씩 빠르게 마신다.
커피숍에서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탁 쏘는 탄맛과 쓴맛에 살짝 내 집 커피가 그리워진다. 역시, 커피는 집에서 나에게 맞는 레시피로 만드는 드립 커피지.. 하는 잠시드는 생각을 물리고 내 앞에 있는 커피가 서운하지 않게 이정도 커피도 훌륭하다는 생각으로 이른 아침 커피에 감사해하며 이내 그 맛에 적응한다.
커피, 그 고유의 향을 좋아하기에 크림이니 설탕을 섞지 않는다. 그래야 커피의 온전한 맛을 즐길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커피도 커피만 마시면 쓴 맛에 많이 마실 수 없다.그래서 늘 작은 베이커리 하나를 곁들인다. 오늘은 익숙한 친구, 블루베리 머핀이다. 제일 좋은 건 치즈케익이나 크림듬뿍 케익이지만, 오늘은 여기 있는 가성비 좋은 친구, 블루베리 머핀이다.
커피를 먼저 한 모금. 향과 맛을 몇 모금 온전히 즐기고 나면 그 쓴맛을 머핀의 달콤함으로 살짝 잠재운다. 입안에서 달콤함이 이길려하면 다시 커피를 한 모금. 커피의 쓴 맛과 머핀의 달콤함을 입 안에서 균형 맞추는 게 재밌다. 바다 위에서 이포일을 타고 가면서 끊임없이 발란스를 맞추듯 입안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즐겁다.
균형 이야기를 하니 바다가 그립다. 다음에는 이른 아침 깨면 이포일을 타고 바다 산책을 가야겠다.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읽을 당신을 생각하며 글을 적고 있으니 입가에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