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티코

by 정필

아빠는 운전을 일절 하지 않으셨다. 면허는 있었는데 운전대는 잡지 않으셨다. 왜 운전을 안했는지는 모른다. 출퇴근 할때는 버스를 이용하셨다. 내가 어릴 적에는 토큰을 한움큼씩 사다 놓으셨고, 크고 나서는 교통카드를 들고 다니셨다. 나는 단 한 번도 아빠가 운전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엄마랑 아빠는 종종 말다툼을 하곤 했다. 싸움의 주된 이유는 조수석에 탄 아빠가 엄마의 운전습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했기 때문이다. “어, 어 부딪힌다.” 같은 추임새부터 시작해서 너무 빠르다느니 느리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했다. 운전을 어느정도 하게 된 이후에도 옆에 탄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신경이 쓰이는데, 당시 초보운전이었던 엄마 입장에서 화가 나는것도 당연했다. “한번만 더 그러면 여기 내려 준다.” 고 엄마가 응수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가족 첫 차를 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엄마랑 아빠랑 운전을 하는데 택시기사와 사고가 날 뻔 했다고 한다. 자세한 도로 상황이나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는데, 어찌됐건 택시 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보통이라면 아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으면 아빠가 내려서 중재를 하거나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아빠는 가만히 계셨다고 한다. 엄마는 이 일을 두고 오래도록 푸념을 하셨다. 아빠는 좋게 말하면 평화주의자, 나쁘게 말하면 회피형 인간이었다. 운전을 하지 않은 것도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불미스러운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아빠는 삶에서 완전한 안전만을 추구했던 것 같다. 아빠를 보면서 안전하기만 한 삶은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퇴근 거리가 몇 키로미터에서 수십 키로미터로 멀어졌을 때도 아빠는 운전을 하지 않으셨다. 버스로 10분 20분 정도 거리야 운전하지 않고 다니는 편이 마음 편했을 테지만, 아예 다른 시로 출퇴근 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자동차로 다니면 30분 남짓하면 다닐 거리를 시내버스 두 대를 환승해가며 시외로 출퇴근 하셨고, 이른 출근 시간과 늦은 퇴근 시간 때문에 결국에는 숙소를 구해 거기서 지내셨다. 평생 운전을 않고 지냈으니 갑자기 운전을 한다는 것도 낯선 일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아빠가 어디 가고 싶을때는 엄마에게 늘 부탁을 해야 했고, 엄마가 함께 하지 않으면 아빠는 기동력을 상실했다. 그 덕분인지 우리 가족은 어딜 가면 함께 다니곤 했다.


내가 좀 크면서 아빠 체중이 점점 불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의 몸무게 총량은 자그마한 티코가 감당하기는 점점 무거워져 갔다. 성인 남성 중에도 무게가 꽤 나가는 축이었던 아빠와 내가 나란히 한 열에 앉으면 차가 기울어지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였다. 그렇다고 차가 넘어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왠지 불안하여 나는 늘 운전석 뒤, 그러니까 엄마 뒤에 앉고 나보다 조금이라도 가벼운 여동생이 아빠 뒤에 앉았다. 우리 가족의 차는 그렇게 타는 자리가 모두 정해져 있었다. 운전하는 엄마는 운전석, 뚱뚱한 아빠는 조수석, 동생보다 무거운 나는 운전석 뒷자리, 동생은 내 옆자리. 차를 좌우로 나눠서 무게 균형을 어느정도 맞춰보려는 시도였으나, 아무리 해 봐도 아빠가 앉은 쪽이 월등히 무거워 티코는 늘 기울어진 상태로 달렸다.


부모님 두 분 다 일하느라 바빴고, 나와 동생도 사춘기를 맞으면서는 가족이 함께 여행다니는 일은 잘 없었다. 이따금 할머니댁에 방문하는 일이 아니고는 자주 나들이를 다니거나 하진 않았다. 기울어진 티코가 생각 난다.


keyword
이전 07화늦은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