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으로 남은 사랑

by 정필

글을 쓰며 오랫동안 아빠를 생각했다. 그 중 글이 되어 나온 것도 있고, 끝내 나오지 못하고 내 속에 머물게 된 것들도 있다. 이제는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아빠를 글이라는 매개로 기록해두고 싶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글자로 남아 조금 더 오래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온갖 감정이 내 머릿속와 가슴속을 휘젓고 다닌다. 후회, 아쉬움, 그리움, 슬픔 같은 것들이 한데 뒤엉켜 있다. 아빠가 지금까지 내 곁에 있었다가 떠나셨다고 해도, 나는 이같은 감정을 아마도 또 느꼈을 것이다. 더 많이 뭔가를 경험하고 더 오래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아쉽지 않은 사랑이라는 건 없으니까 말이다. 아쉽기 때문에 다행이다. 더 못해드린 게 많이 생각이 나 다행이다. 지금도 좋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보면 아빠가 생각이 나서 다행이다. 더 주고 싶은 마음, 좋은 것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떠난 자리를 되짚어 보다 사랑을 알게 된다. 그 사랑을 내 삶에 잘 심고 싶다. 나도 아빠처럼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아빠가 남긴 유산은 부동산도, 값비싼 물건들도, 돈도 아니다. 아빠가 남기고 간 건 사랑하는 마음. 모든것을 주되 주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그런 사랑. 아빠가 떠나고 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그 유품함을 뒤적여 아빠가 남긴 것을 발견한다.


사람이 태어나고 살고 죽는다.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가 된다. 부모가 되어서야 내 부모를 돌아볼 여력이 생기는 것 같다. 그것도 아니면 부모가 떠나고 나서야 그런 기회를 갖게 된다. 자식에게 있어서 부모는 나면서부터 부모여서 자식은 부모의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부모도 원래는 자식이었다. 자식이 부모가 되고, 부모를 헤아려 보는 일이 반복된다. 무수히 많은 부모-자식 관의 관계를 생각하다 보니 인간사의 큰 흐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다.


좋은 아버지를 만난 건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나는 눈에 보이는 재물과 지위 같은 것을 상속받지 못한 데 대하여 불만하였으나 아버지는 나에게 보이지 않는 보물을 남겨 주셨다. 워낙 둔하여 깨닫지 못하는 내가 좀 더 일찍 보물을 발견하도록 일찍 자리를 비워 주신것이 아닐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도 해 본다. 나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어딘가에서 미소짓고 있을 아빠에게 이 글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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