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과 인생

대책도 없이, 퇴사했습니다.

잘 살고 싶어서요.

by 정필

서른세 살이 된 해에, 결혼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나는 퇴사했다.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흔히 걱정하는 어투로 물어본다. “그래, 대책은 있고?” 이 말은 이직할 곳이 있냐는 말이다. 아니면 뭐 할 일이라도 만들어 두었느냐는 뜻이다. 나의 퇴사는 그런 점에서 깔끔한 퇴사는 아니었다. 무슨 일을 할지 정해두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돈을 쌓아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책으로 봐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나는 퇴사했다.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나는 일이 생계수단 이상이라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다. 매일매일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직장에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만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직장인 중에 “난 내 직장과 직업이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 “나 진짜 그만둘 거야.”를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직장에 다니면서 느꼈던 고민을 동료들이나 가까운 선배에게 털어놓았을 때의 반응이 대체로 그랬다. 다 그냥 그렇게 산다고. 우리도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지만 그냥 다닌다고. 그것도 아니면 저마다의 이유가 있어서 변화를 주고 싶어도 변화를 줄 수 없다는 이야기만 했다. ‘결혼을 했기 때문에’, ‘결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반대하시기 때문에’, ‘차를 샀기 때문에’ 등 나열하자면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수백 가지도 더 되었다. 나는 내 생각과 반대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일 년 정도 고민한 끝에 퇴사 결정을 내렸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하는 게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고, 이렇게 시간이 더 흐르면 정말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 되고야 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 유통부문 회사에서 일했다. 그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 보람차게 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 일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에게’ 조금 더 의미가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싶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가치있고 내가 조금이라도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대략 7시간 이라고 하면 남는 시간은 17시간이다. 하루에 9시간 일한다고 가정하고 여기에 일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나 이동하는 시간을 더하면 최소한 눈 떠있는 시간의 60% 이상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시간이란 곧 인생이다. 매일 자신의 60% 이상의 인생을 들여 하는 일이 의미 없게 느껴진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매거진을 통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떠밀리듯 취업에 뛰어들었던 이야기, 유통분야 회사에서 여러 업무를 경험했던 이야기,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답답했던 이야기, 해결하지 못한 고민, 퇴사를 결정하게 된 이야기, 퇴사 후의 삶에 대해서 두서없이 써내려 가보려고 한다.


급변하는 대한민국의 30대 평범한 청년으로,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의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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