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과 인생

퇴사 3개월 차, 불안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불안에서, 모험으로

by 정필

퇴사 3개월 차, 갈림길을 만났다. 지금까지는 대로로 쭉 달려왔는데, 지금 내 눈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길은 다른 길과 분리되어 있어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자세히 보니 두 갈림길로 들어서는 입구에 팻말이 붙어있다. 한 길의 이름은 ‘불안’이고, 또 다른 한 길의 이름은 ‘불만’이다.


첫 번째 길의 이름은 ‘불안’이다. 글을 쓰는 일이 좋고,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 하지만 생계를 이어갈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로 밥을 지어먹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내 글과 생각을 단련하는 기간도 필요하다. 글쓰기에 비중을 더 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을 쓰는 방식의 길이다. 다만 이 길은 불안하다. 걷어 차고 나온 직장만큼의 대우를 받기는 힘들 것이고, 마음 한 편에는 평생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가 글다운 글은 못쓰고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과 늘 싸워야 한다.


또 다른 한 길은 불만의 길이다. 다시 직장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럭저럭 직장을 찾아 들어가서, 전적으로 만족하기는 힘들지만 적당히 만족하면서 살고, 틈나는 시간에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사실 이 길은 이전의 길과 이어져 있어서, 내게는 돌아가는 길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만족하고, 월급과 고용유지라는 안정성을 받는 대가로 내 시간의 대부분을 팔며 지내는 삶이다.


내 안에 두 가지 마음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 글을 쓰면서도 직장생활이 주는 안정성은 누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니 지금 상태로는 이 두 가지는 갈림길 형태로 나눠져 있어, 두 길의 장점만을 취할 수는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다시 적당한 직장을 구해 돌아가는 길은 유턴하는 길이니, 그렇게 되면 나 스스로 선택한 길을 스스로 부인하는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을 사랑하기로 했다.


흥미와 일을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면 세상의 일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흥미 있는 일과 흥미 없는 일, 그것을 또 보수와 연관 지어 본다면 다시 네 가지로 세분화된다. 그중 제일의 형태는 흥미도 있고 보수도 좋은 일일 것이고, 가장 낮은 등급은 흥미도 없고 보수도 낮은 일일 것이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좋아하는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만 그럭저럭 하면서 살았다. 그 결과로 적당한 직장에, 그럭저럭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었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다. 한평생 이렇게 산다면 불행할 것 같았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니 더 잘하기도 힘들었고, 애초에 더 잘할 수 없는 프로세스에 따른 ‘처리’만이 중요한 업무가 많았다. 뒤늦게야 내 인생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럭저럭 사는 대신에, 나다운 인생을 찾아 멋지게 한번 살아보리라 하고 말이다. 흥미 없는 일을 하면 잘하게 될 수 없다. 잘 못하는 일에 보수가 뒤따르지 않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흥미 있는 일을 하면 시간이 흐르면 잘하게 될 것이다. 보수가 따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는 있는 것이다.


지난 삶을 뒤적이고, 나를 찾아본 이후에 글쓰기라는 흥미를 찾아냈다. 천재 스포츠 스타들의 그것만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뛰어난 재능은 아닌지 몰라도, 내게는 확실한 흥미이고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생계 고민 앞에 잠시 갈림길에 섰으나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해보려고 한다. 늘 예측 가능하고, 보통사람의 길을 걸어왔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제는 나의 길을 내가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더 키우고, 실력을 키워 나가고 싶다. 생각의 힘을 키우고 싶다. 그리하여 지금의 작은 확신이 점차 커져서, 이 불안의 길을 밝게 비춰줄 등불이 되리라 믿기로 했다.


불안에 새 이름을 붙여 주기로 했다. 모험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나는 모험을 떠나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살기로 했다. 미래는 현재를 재료로 오늘의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오늘을 대가로 내어주고, 내일의 글 잘 쓰는 나를 위해 투자할 때만이 글 쓰는 내일의 나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믿는다. 불안은 수동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모험은 능동적이다. 불안은 아무 선택도 하지 않고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불안을 선사한다. 하지만 불안을 선택하고 싸워 나가기로 결정한 사람에게는 신나는 모험이 된다. 기대된다. 이 모험이 어디로 이어질지.


“안전이란 미신 같은 것이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위험을 회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솔직히 노출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지 못하다. 인생이란 과감한 모험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_헬렌 켈러_


사진 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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