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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Dec 16. 2023

임테기 세 개

임신 소동의 끝

‘임신 소동’ 이후 아내의 두 번째 생리 예정일이 되었다. 예정일 일주일 전부터 아내는 이번에는 진짜 임신인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임신했으면 어떡하지?”

“자기 아빠 되고 싶어?”

“쌍둥이였으면 좋겠다.”


아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임신 이야기를 했다. 예정일이 가까워오면 올 수록 아내의 확신은 커져 갔다. 임신 사실이 확인되기 전이었지만 아내는 이미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아프면 어떡하지?”


이런 대화들이 오가던 중, 예정일이 다가왔다. 한 달 전의 경험으로 보아 아내는 예정일 앞 뒤로 3개 이상의 테스트기를 사용할 예정이었다. 날이 가까워 오자 테스트기를 미리 택배로 한 묶음 샀다. 예정일이 하루 이틀 지나고, 테스트기를 사용할 때가 되었다. 아내의 확신이 증명되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테스트기를 내게 보여 주었다. 너무도 선명한 두 줄이었다. 지난달 선명한 한 줄과 명확하게 대비되는 진한 두 줄이었다. 


“나 진짜 임신한 거야?”


난생처음 겪어보는 일, 처음 겪는 느낌이다. 우리 부부 사이에 새 생명이, 또 다른 세계가 찾아온 순간이었다. 우리가 부모가 되는 순간이었다. 실감 나지는 않았지만 테스트기의 두 줄은 너무도 선명했다. 아내는 그날 저녁에도, 그다음 날에도, 그 다음다음날에도 임테기의 두 줄을 확인했다. 


그렇게 두 줄짜리 임테기가 세네 개쯤 쌓였을 때, 산부인과 예약일이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임신 5주 차입니다.”


‘진짠가?’ 하며 어리둥절했던 우리에게 의사 선생님이 확정판결을 내려 주셨다. 아내의 몸속에는 새 생명이 자라날 집이 있었다. 아내는 엄마가 되고, 나는 아빠가 되는 순간이었다. 선명한 두 줄을 봤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확인하고 나니 더 마음에 다가왔다. 우리 둘 사이에 가족이 한 명 더 생기는 거구나, 세상에 없었던 새 생명이 우리 부부의 몸을 통해 세상에 나오는구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신비롭다.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 다른 지역에서, 다른 가정에서 다른 때에 태어난 아내와 내가 만나 결혼하고, 이 가정에 새 생명이 태어나 가족을 이룬다는 게 낯설게 느껴질 만큼 신비로웠다. 나도 부모님의 아이로 태어났지만, 나와 아내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는 느낌은 그와는 또 다른 감격스러움이었다. 새 생명이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예비 부모가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육아 정보를 찾아보고, 책도 샀다. 다음 예약일도 잡고, 임산부 등록도 마쳤다. 마음이 좀 달라진다고 해야 할까. 마음 깊은 곳에 단단한 기둥이 생긴 느낌이었다. 아내와 태어날 아이에게 책임을 다 하는 아빠가 되어야지 마음을 먹었다. 어렴풋하지만 내 정체성이 변화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순간이 첫 순간이지만, 어떤 경험은 여러 번 반복되는 경험이기 때문에 늘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첫 아이를 확인한 이 순간은 여태껏 내 인생에 없던 완벽하게 ‘처음’인 순간이다. 아내와 나 사이에 찾아온 선물 같은 이 순간을 마음껏 행복해하며 누렸다. 앞으로도 태어나 처음 겪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겠지. 아이가 태어날 것이고, 아내와 나는 이제와는 다른 부모로서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무수한 ‘처음’을 맞이해 나가는 앞으로를 기대한다.


이제까지 없던 아빠로서의 정체성이 하나 생겨났다. 아빠로서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글로 써보려 한다. 열 달 뒤에 찾아올 새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이 퍽 행복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은 더 밝아지겠지. 벌써부터 만나고 싶고,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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