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씩씩해요
작가 : 전미화
출판사 : 사계절
작가는 힐스(Hills/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 출신이고 이 책은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자동차 두 대가 엉겨 붙어 있습니다. 뒤의 차는 앞바퀴가 떠 있고 앞의 차는 뒤집어져서 공중에 떠 있습니다. 바탕색이 붉은 계열인 걸로 보아 좋은 일 같지는 않습니다.
같은 붉은 계열 바탕 위에 한 남자가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습니다. 남자의 머리, 코, 입, 가슴, 배, 손가락, 발가락에 무수한 선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아빠가 무서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붉은색 바탕이 계속 이어집니다. 아이는 벽에 기대어 앉아 두 팔로 감싼 무릎에 머리를 묻고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와 멀리 떨어진 채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모습으로 무표정하게 서 있습니다. 아이와 엄마는 아빠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초록 계열 바탕입니다. 커다란 식탁에 세 개의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한 의자는 사용한 흔적이 없습니다. 그 맞은편 의자는 찻잔이 있을 뿐 사람은 없습니다. 엄마가 앉았던 자리입니다. 엄마는 아이 밥을 차려놓고는 아침 일찍 새로 구한 일터로 떠납니다. 아이는 식탁에 홀로 앉아 출근하는 엄마를 바라봅니다. 아이 앞에는 밥과 반찬이 담긴 식판과 숟가락, 젓가락이 놓여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어본 적이 없는 아이는 오늘따라 유독 식탁이 넓게 느껴집니다.
황색 계열 바탕입니다. 벽에는 수건이 걸려 있습니다. 벽 한쪽에 욕조가 있고 욕조 위에 창이 있습니다. 욕실에서 아이 혼자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혼자 밥을 먹은 식탁처럼 욕실도 아이에게는 너무 넓습니다. 혼자 하는 목욕은 어렵습니다. 아이 혼자서는 등을 닦을 수 없습니다. 목욕할 때마다 등을 닦아 주었던 아빠가 생각납니다.
흙색 계열 바탕입니다. 아이가 모자를 쓰고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놀이터 한쪽에 서 있습니다. 아이의 뒤로 그네가 보입니다. 아이의 아빠는 높이높이 날아갈 듯 그네를 아주 잘 탔습니다. 아이는 아빠 없는 그네는 타고 싶지 않습니다.
보라 계열 바탕입니다. 방 한 귀퉁이에 아이가 누워 있습니다. 아이는 옆으로 누워 한 팔로 곰 인형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한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깜깜한 밤이 되어야 집에 옵니다. 잠이 들면 엄마를 볼 수 없습니다. 무척 졸리지만 엄마가 올 때까지 깨어있기 위해 곰돌이와 얘기를 하며 엄마를 기다립니다.
다양한 색의 풍선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풍선들에 둘러싸인 채 아이와 아빠,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아이는 가족이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멋진 꿈을 꾸고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불이 젖어 있었습니다. 꿈에서라도 가족이 모두 모여 있다는 것에 아이는 흥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잠든 사이 엄마가 퇴근하여 집에 왔습니다. 엄마는 이불을 적신 아이를 욕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아이는 혼이 날 줄 알았지만, 엄마는 아이를 보며 자상하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엄마가 쉬는 날입니다. 아이와 엄마는 산에 올랐습니다. 단둘이서 산에 오는 것은 처음입니다. 아이와 엄마는 산 정상에 앉아 먼 곳을 바라봅니다. 두 사람 앞으로는 파란 하늘 아래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 산들이 겹겹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쩌면 두 사람은 서로를 보듬고 저 굴곡진 산들을 지나가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팔로 감싸고 아이는 엄마 등 뒤에서 잡은 엄마의 손을 놓지 않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앞으로 우리 씩씩하게 살자고 말합니다.
바탕색이 사라졌습니다. 식탁에 놓인 의자가 세 개에서 두 개로 줄었습니다. 식탁 크기도 이전보다 작아졌습니다. 그만큼 아이가 성장한 것일까요. 자기가 먹은 밥도 자기가 치우고 설거지까지 합니다. 심지어 엄마가 마신 커피잔도 치우고 의자에 올라 찬장도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공원에서 그네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아빠처럼 높이 오르지는 못하지만 혼자서도 열심히 연습합니다.
엄마는 파랗고 작은 차를 장만했습니다. 아빠의 사고가 있어 운전이 쉽지 않겠지만 아이와 씩씩하게 살기 위해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안전 운전은 기본입니다.
액자를 걸기 위해 엄마가 식탁 의자 위에 올라가 벽에 못을 박고 있습니다. 다용도 식탁 의자입니다. 아이는 소파 위에 올라가 못의 위치를 꼼꼼히 점검합니다. 엄마의 머리모양이 변했습니다. 파마를 했나 봐요. 시계를 보니 한 시 삼십오 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입니다.
못을 박고 액자를 걸었습니다. 멋지게 차려입은 아빠가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아이도 늠름한 자세로 아빠를 향해 환하게 웃습니다. 아이는 더욱 씩씩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액자의 바탕색과 씩씩한 아이의 바탕색이 똑같은 노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