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판다라트..?

천천히, 단순하게, 판다처럼

by poooohyun

매주 글을 올리다 보니, 이 브런치가 내 만다라트 점검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만다라트와 관련된 일상의 소소한 사건이나 이야기도 적어볼까 한다. 매주 시험처럼 점수를 매기고 틀린 점만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지쳐버리고 자신감을 잃을 것 같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틀린 부분이 아니라, 내가 배운 것들과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설렜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 중순이다. 12월은 늘 리셋 버튼을 누르는 시기처럼 느껴진다. 과거의 나는 잊고, 새로운 나를 꿈꾸게 만드는 순간들. 하지만 새해가 시작되면 작년과 똑같이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저 나이만 한 살 더 먹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올해는 조금 다르다. 만다라트를 작성하며 변해가는 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30년 넘게 반복해온 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는 없다. 사실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난다면 주위 사람들이 "혹시 죽을 때가 됐나?" 하고 놀랄지도 모를 일이다. 변화는 천천히 찾아오는 법. 최근에 읽은 매일경제의 ‘에버랜드 주키퍼 송영관’ 님의 에세이도 이런 내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송영관 님은 판다의 단순한 일상을 현대인의 삶과 비교하며 이야기했다. 판다는 매일 대나무를 먹고 잠을 자는 단조로운 삶을 살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평온과 행복을 찾는다. 반면, 현대인들은 긴 수명을 가졌음에도 더 바쁘게, 더 많은 정보를 쫓으며 살아간다. 송 님은 너무 빠르고 복잡한 삶 대신, 판다처럼 단순하고 느리게 사는 법을 권유했다.


나도 이 글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을 쫓고 있었던 걸까? 만다라트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목표를 빨리 이루려는 조급함이 있다면 그 본질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나 역시 판다처럼 내 삶에 집중하고, 천천히 평온을 찾아야 한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내 만다라트 목표 중 하나였던 ‘쉬지 않고 자유형으로 1,500m를 완주하기’를 돌아본다. 나는 어릴 적부터 물이 무서웠다. 어릴 적 해수욕장에서 아버지께서 깊은 바다로 나를 데리고 가신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물 자체가 두려웠다. 이후로는 바다나 수영장에서도 구명조끼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내가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내와 보라카이에 여행을 갔던 날이었다. 얕은 바다에서 패들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멀리 떠밀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물에 빠진 나는 본능적으로 자유형으로 모래사장까지 헤엄쳤다. 아내는 나를 지켜보다가 떠내려가던 패들보트와 페달을 찾으러 나섰다. 그녀가 물살을 가르며 돌아오는 모습은 마치 펠프스를 보는 듯했다. '와..진짜 XX멋있다' 하는 감탄과 동시에, 여성들이 종종 말하는 ‘여자는 남자가 이럴때 반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상황이 바로 그 예시가 아닐까?


그날 이후,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킥판을 들고 초급 라인에서 몇 개월간 락스 물을 마시며 허우적댔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었다. 당시 고급 라인에서 물을 가르는 사람들을 보며 막연한 동경을 느꼈지만, 채찍질보다는 꾸준한 연습을 선택했다. 그 결과, 지금은 1,500m를 거뜬히 완주할 만큼 성장했다.

최근엔 만다라트 목표를 위해 세바시 강연을 보고 감상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쓰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브런치 글 하나를 올리기 위해 밤새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세바시 강연을 듣다 보면 매번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중에서도 김지용 정신과 의사의 강연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사회적 지위와 직업을 모두 갖춘 의사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였지만, "삶에는 빈틈이 필요하다"고 했다. 빈틈이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효율성과 목적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자신을 위한 시간이라는 의미였다. 예컨대, 그는 농구를 통해 그 시간을 채운다고 했다. 처음엔 ‘농구가 단순한 취미인가?’ 생각했지만, 사실 그가 말한 농구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자기 자신을 위해 필수적인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적 직위나 직업적 성공이 그의 삶의 전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삶을 지탱하기 위해 빈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나 자신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내 자신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세운 만다라트 목표들도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가족을 위해,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다. 만다라트를 통해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천천히 삶의 속도를 조절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다.


결국 판다처럼, 천천히 가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며 행복을 찾고 싶다. 급할 필요 없다. 여유를 갖고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 그게 내가 지금부터도 계속 해나가야 할 목표다.

파이팅 판다빠덜..!

월요일 연재
이전 02화02. 아직 서툴지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