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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Oct 22. 2023

천사강림

-까치, 또치 2-1

외모지상주의가 세상을 점령했다. 고양이 세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집고양이라면 예쁜 것이 좋겠지만 길고양이들은 눈에 띄게 되어 이쁜 것이 좋은 것만이라고 할 수 없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언제 동물 학대자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공원에는 특히나 귀엽고 예쁜 고양이들이 많았다. 결코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기존에 있던 원주민 고양이인 엄지, 아치, 피치뿐만 아니라 새로 이사 온 고양이들도 털이 보송보송 거의 집고양이 수준이었다. 지난해 가을에 이사 온 고양이들은 10마리쯤 되었고 모두 중성화했다. 그리고 초겨울에 4마리 더 이사 왔는데 1, 2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이었다.

 어디서 온 것일까? 

엄마도 없이 한 마리씩 나타나 자리를 잡았다. 기존에 아이들은 모두 중성화해서 몇 달간 공원에 아기들이 없었는데 다시 아기들이 생겼다. 오른쪽 입 옆에 작은 점이 매력적인 회색 태비 샐리, 검은색과 갈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고등어 태비 치치, 하얀색이 많은 삼색이 레미, 밝은색의 노란 털과 아몬드 색 눈을 가진 치즈 리치까지, 4마리가 공원의 아기 고양이들이었다. 


 아기 고양이들도 예쁘고 귀여웠지만, 그럼에도 공원에서 가장 미묘는 엄지의 두 번째 아기들 까치, 또치였다. 까치, 또치는 21년 9월생으로 만 한 살이 넘었다. 태어날 때부터 봐와서 더욱더 정이 가기도 했지만, 아기 때부터 절대 미모를 자랑했었다.

 카오스 까치는 검은색과 갈색, 흰색까지 삼색이 조화를 이룬 몸의 털 무늬와 까만 털이 덮인 왼쪽 눈, 그리고 상현달(*오른쪽이 둥근 반달) 모양의 갈색 오른쪽 얼굴이 대비되어 독특하고 예뻤다. 어디서도 이런 고양이를 본 적이 없다. 

 쌍둥이 또치는 치즈냥인 엄마를 그대로 빼닮았지만, 엄마보다 하얀색이 훨씬 많다. 하얀 바탕에 노란색 점박이 무늬가 한두 개 있어서 깨끗하고 환한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다섯 마리 중 살아남은 단 두 마리의 쌍둥이라 그런지 항상 붙어 다녔다. 같이 자고 같이 다녀서 귀여움도 예쁨도 훨씬 배가되었다. 세상에 이런 미묘들은 또 없을 것 같았다. 

 몇 달 전 봄에 서로 기대어 자는 까치, 또치의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에 나는 “천사 강림”이라고 이름을 붙여 일 년째 배경 화면에 떠 있다. 품종 냥 들하고 겨루더라도 우리 까치, 또치가 이길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외모지상주의가 나도 점령했던 걸까? 태어난 지 2주째부터 봤고 커가는 모습을 매일 매일 지켜봐서 그런 걸까? 무슨 이유에선지 내게는 다른 아이들보다 까치, 또치가 더욱 애틋했다. 사나운 루나만 아니었다면 까치, 또치를 입양할 수 있었을 텐데. 

 루나가 오기 전 나는 까치, 또치의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루나가 오게 됐다. 여섯 번째 고양이 루나는 합사가 안 돼서 우리 집엔 세 개의 방에 고양이들을 격리해놓았다. 그래서 더는 고양이를 데려올 수가 없었다.


 “아니, 여기 다 모인 거야? 까치, 샐리, 치치, 카레, 밸리!”

오랜만에 햇볕이 좋았는지 고양이들이 모였다. 다섯 마리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다. 마치 학교에 온 초등학생들 같다. 

 점심시간, 나의 목소리를 듣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출석을 불러야 하나? 한시가 넘어 사무실로 돌아가면서도 나는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왜 이렇게 예쁜 걸까? 

 도대체, 고양이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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