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某人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올리곤 내 마음을 깊이 움직였던 그날의 일을 떠올립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습니다.
누가 하늘을 화나게 했는지, 창밖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밖에도 점심시간이 되어 학교 수업이 끝날 즈음 부슬비가 폭우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때문에 내 기분도 하늘처럼 어두워졌습니다.
‘어쩌지, 큰일이야….’
난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데다 집에도 데리러 와 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아빠 엄마는 일하느라 오실 수 없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몸이 편찮으시니 부탁드리기도 어려웠습니다.
더군다가 그 날은 돈도 안 가져와 정말 답답하고 막막했습니다.
한 명, 두 명… 친구들이 하나둘씩 학교를 나가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몽아!”
정겹고 다정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뒤돌아보니—
“할아버지!”
나는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소리쳤습니다.
할아버지는 검정 비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비옷은 쏟아지는 빗줄기를 다 막아주지 못했습니다.
나는 급히 책가방을 머리에 이고 할아버지께 달려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얼른 우산을 펴서 내게 주셨습니다.
자전거 좌석이 비닐로 곱게 싸여 있는 게 보였습니다.
“비 오는데 젖을까 봐 이렇게 싸 놓으셨구나…”
그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얼른 올라타렴!”
“괜찮아요! 저도 우산 있으니까 혼자 갈 수 있어요. 길도 미끄러운데 위험해요.”
연세도 있으신데, 비 오는 날 나를 태우고 가시는 게 얼마나 위험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아, 네가 혼자 가면 내가 마음이 놓이냐. 어서 타! 비 더 세지기 전에 가자.”
결국 나는 할아버지 말을 따랐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한 발 한 발 아주 조심스럽게 밟으셨습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내 우산은 몇 번이나 뒤집혔습니다.
결국 할아버지는 내 우산을 접어버리시더니, 자기 비옷을 벗어 내게 씌워 주셨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할아버지의 얼굴과 몸 위로 마구 쏟아졌습니다.
나는 그 비옷을 다시 드리려고 애썼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내게 입히셨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는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급히 수건을 가져오시며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재빨리 끼어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아무 일 아니야. 가는 길에 우산이 망가져서 내가 비옷을 줬더니 좀 젖었어. 나 씻고 올게.”
그렇게 말씀하시고 욕실로 들어가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나는 끝내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 일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그날 나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나도 얼마나 할아버지를 사랑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계신 게 정말 자랑스럽고, 너무나도 감사하고, 가슴 벅차게 자랑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