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회계팀의 현실
회계팀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고 면접을 본다면 큰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으니 이번 글은 회계팀 취준생에게 기본 상식이 될 법할 내용으로 적었다. 요즘은 정보화 시대라 조금만 검색해 보면 나오지만, 실제로 제대로 모르고 면접 보러 오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면접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꼭 준비해 가자.
회계팀을 한 줄로 설명하자면,
"회계팀은 기업의 성과를 기업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업무를 합니다."이다.
여기서 기업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이란,
이 기업에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주려는 주주, 직원, 거래처, 은행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상장사 회계팀은(비상장사는 1년에 한 번) 1년에 4번(분기에 한 번) 재무제표를 만들어 공시하는 업무를 한다. 여기서 재무제표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무상태표는 크게 자산, 부채,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 중 얼마가 부채로 사 온 건지와 얼마가 우리 돈으로 사 온 건지 대략 알 수 있다."
나아가, 회사의 부채비율과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이랑 비교하면 회사의 재무 건강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손익계산서는 크게 매출, 비용, 이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회사가 한 해 동안 얼마의 수익을 냈고, 얼마의 비용을 지출하였으며 이에 마진은 얼마인가?"를 알 수 있다.
나아가, 최근 평균 3 개년도의 매출액, 영업이익의 추이를 비교해 회사가 얼마나 성장 중인지 혹은 안정적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나머지 자본변동표와 현금흐름표는 신입 입장에서 크게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간략히 설명하자면,
자본변동표는 자본을 구성하는 자본금, 자본잉여금, 자본조정, OCI누계, 이익잉여금의 증감을 자세하게 쓴 표이다. 재무상태표에 있는 "자본"쪽을 좀 더 자세히 보여주는 표라고 보면 된다.
현금흐름표는 감가상각비나 미수수익처럼 실제로 현금의 증감이 없으나 비용 or 수익으로 잡혀 있는 것들을 반대 가감하여 실제 현금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표이다.
그리고 주석은 이 모든 것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부가 설명 자료 정도로 보면 된다. 회사가 평소 위험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매출액 증감이 어떻게 되는지, 가지고 있는 유형자산의 유형과 유형별 감가비는 얼마인지를 세세하게 알려준다.
위와 같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시기는 매 분기 초가 된다. 즉 1월, 4월, 7월, 10월은 회계팀이 죽어나가는 기간이라 보면 된다. 이 시기에 보통 부가세 신고까지 겹치기 때문에 정말 많이 바쁘다.
회사 사업 부분의 수, 충분한 인력, 안정적인 중간 관리자 급의 존재 여부 등에 따라 야근과 주말 출근 여부가 크게 갈리는데 대부분의 회사는 시즌에 거의 매일 야근한다고 보면 된다. 운이 없으면 필자처럼 주말 출근도 감수해야 한다.
필자는 1, 6월에 4-5주 동안 매일 22-23시에 퇴근하고 토요일 출근도 강행한다. 하지만 이는 업무 강도가 심한 정도에 속하니,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결산 시즌(1, 4, 7, 10월) 외 회계팀의 일상은 어떨까?
별로 하는 거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전표 처리 및 결재 등 데일리 업무가 존재하긴 하지만 솔직히 금방 끝낼 수 있긴 하다. 저연차들은 비시즌에도 결산 자료를 만들어 보는 등 열심히 연습을 해야 하겠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크게 시간 들여할 필요 없다.
다만,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있고 따로 내부회계 전담 부서가 없다면 회계팀이 내부회계 업무를 할 가능성이 있다. 설계평가와 운영평가를 준비하는 시기에는 샘플링하느라 다소 바쁠 수는 있지만 개인의 역량에 따라 여유롭게 보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야근할 정도는 아니다.
위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회계팀의 장단점이 분명하게 보인다.
회계팀은 2.5달치 일을 1달에 몰아서 하고, 나머지 2달 동안 0.5달치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조금은 안쓰러운 현실이지만, 실제로 시즌 기간 동안 여성분들이 잘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래서, 상장사 회계팀은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특히 제조업 쪽은 수직적인 사내 분위기로 인해 더더욱 그런 편이다. 본인이 만약 여자라면, 커리어 향상에 과한 욕심이 없는 한 제조업은 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실제로 바이오나 화장품 쪽은 여자를 더 많이 뽑는 경우가 많으니 그쪽으로 지원하면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회계팀의 이러한 일상을 취업 준비 기간에 알게 됐다. 이미 회계 직무를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해 왔기 때문에 직무를 변경하기 너무 아까웠고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타인의 말을 듣고 움직이기보다 실제로 부딪혀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결론적으론 회계직무가 썩 그리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입장벽이 있는 직무다 보니 기업 내 입지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물론 회사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바쁜 시기와 한가로운 시기를 예측할 수 있어 비시즌 때는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인 거 같다.
마지막으로 단점을 하나 더 말하자면, 회계 세무는 나이 들어서도 계속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즉, 편하게 일하고 월급루팡 하는 게 힘들다. 이게 젊어서 의욕이 넘칠 때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40대 정도에 팀장직을 달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거 같다.
대기업의 경우엔 체계가 잘 잡혀 있어서 개개인의 업무가 전부 작게 쪼개져있다. 그만큼 업무 스트레스가 적고, 본인이 맡은 업무를 깊게 파고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이 들어 쉽게 대체될 가능성이 있고 이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회사별, 기업의 규모별, 직무별 장단점이 존재하는 거 같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여 면접에서 유용하게 사용하자.
ex) 저는 ~~ 한 운동을 해와서 체력이 좋습니다 or 저는 ~~ 한 경험을 했을 때 주에 xx시간 일하면서 or 쉬면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 저는 시즌을 견뎌낼 체력과 정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