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회계팀 취업 준비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험을 쌓으라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기업들은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이는 취업시장 속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완전히 박살 났다는 걸 의미한다. 회계팀에 입사한 1-2년 차들이 최소 3년의 경력을 채워 타 회사 경력직으로 이직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다니는 회사보다 몇 레벨 높은 회사의 신입으로 들어가는 트렌드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고로, 대기업 신입 공채에는 이렇게 1-2년 혹은 3-4년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경력과 커리어를 쌓아봤자, 쥐꼬리만큼 오르는 연봉으론 대기업 신입 초봉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당연하고도 똑똑한 행동으로 보여진다.
또한, 대기업들도 아무것도 모르는 쌩신입을 뽑아 키우는 것보다 직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더 효율적이기에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거 같다.
실제 필자는 cj 계열사 중 한 상장사 신입 채용 공고에서 필수 역량에 "SAP 사용 경험자"가 써져 있는 걸 봤다. 그게 어이없기도 해서 인사담당자에게 정중히 경력직 채용을 신입 채용으로 잘못 쓰신 거 아니냐고 여쭤보았고, 답변은 처참했다.
"지원해 주시는 신입 중에 ERP 사용 경험이 있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저희는 그런 분들을 뽑고 있습니다."
"그럼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험을 쌓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채용 트렌드는 직무 경험이 전무한 쌩신입들에게 너무나도 차가운 게 현실이다.
현재 나도 중고신입이 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주변에서 현직자들로부터 받은 조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썡신입과 중고신입이 알았으면 하는 정보를 써보려고 한다.
* 직무 경험이 전무한 썡신입에게 하고 싶은 말
- 어느 정도 자소서가 만들어졌다는 가정 하에 최대 3개월 동안 대기업, 탑급 중견기업 회계팀에 이력서를 넣어본다. (본인이 취업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용도)
- 대기업, 탑급 중견기업에서 서합률이 5% 이상이면 계속 도전한다. 하지만, 5% 미만일 경우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사람 외에는 눈을 낮추는 것을 권고한다.
- 조금 눈을 낮춰 탑급 중견기업부터 규모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이 또한 최대 3개월 동안 유지를 하고 서합률 5% 이상 여부를 체크한다.
- 위와 마찬가지로 서합률이 5% 미만일 경우 깔끔하게 포기(규모 작은 중소부터 큰 중소까지로 눈을 돌린다). 반대로, 이상일 경우 해당 레벨의 기업들을 잘 찾아 지원한다.
* 좋은 기업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1) 평균 근속연수
다트 -> 해당 기업 이름 입력 -> 사업보고서 -> 하단 "임원 및 직원 등의 현황"을 클릭 -> 각 사업부 남자 여자 별로 평균 근속연수 확인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업은 여자가 지원했을 때 자소서조차 안 읽고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초 회사는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고 하니 잘 고려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2) 블라인드, 잡플래닛 평점 및 리뷰
개인적으로 2.5점 아래는 지원하지도 않는 것을 추천한다. 본인이 취업이 급하고 어디서든 잘 버티는 강한 생존력을 가졌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필자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싶지 않았다.
3) 매출액 및 영업이익의 상승 척도
다트 -> 해당 기업 이름 입력 -> 사업보고서 -> 연결 or 개별 손익계산서 -> 상단 매출액 or 하단 당기순이익 확인
(기본적인 상식이지만, 기업이 잘 나가야 직원들의 복지 및 처우가 좋아진다.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매출액이 증가했는지를 보면 된다)
*직무 경험이 있는 중고신입에게 하고 싶은 말
- 퇴사하고 취업 준비 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회사 다니며 인수인계 자료를 열심히 만들어두면 이직에 실패하든 성공하든 본인에게 무조건 큰 자산이 된다. 그러니 열심히 인수인계 자료 만들면서 이직 준비를 추천한다.
- 연 결산 직전에 퇴사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취업할 회사, 특히 회계팀에서는 의리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확률이 굉장히 높다. 물론, 연 결산이 굉장히 힘들긴 하지만 좀 더 먼 미래를 봤으면 좋겠다.
- 생각보다 중고신입에 대한 메리트가 굉장히 크다. 아직 1년을 못 채웠다고, 2년을 못 채웠다고 지원을 포기하지 말고 틈틈이 회사 다니면서 이력서 넣는 것을 추천한다.
- 평상시에 면접관들이 인정하고 납득할만한 이직사유를 말끔히 준비해야 한다. 돈을 많이 줘서, 워라밸이 좋아 보여서, 대기업이라서 등등 실제로 면접에서 이런 말을 하며 이직 준비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 경력기술서를 틈틈이 작성해놔야 한다. 필자 또한 말끔히 정리된 경력기술서를 분기마다 최신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직을 원하는 경력자들이 경력기술서를 틈틈이 준비하지 않아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 여유가 될 때 회계 관련 자격증 취득을 추천한다. 본인이 전산세무 2급이나 재경관리사 자격증이 있다면 세무회계 2급이나 IFRS 관리사 자격증 취득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본인 커리어에 있어 퇴근 이후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자격증 공부를 하고 취득한 사람이라면 이미 성실성은 만점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