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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Aug 19. 2024

회사에도 사춘기가 온다

4년 만에 150명


스타트업에 입사한 지 만 4년이 되던 때, 회사의 풍경은 제가 입사할 때와 사뭇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실평수 10평이 될까 말까 한 사무실이었지만 5명이서 일하기엔 절대 부족하지 않았던 4년 전과 달리, 이제는 호실을 두 개나 쓸 만큼 큼직해진 사무실이었지만 50명이 북적북적하게 저마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사들인 물류공장 직원들까지 합하면 어언 150명은 되었죠. 그러다 보니 팀이 다르면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한 본부를 맡고 있었습니다. 관리해야 하는 팀은 약 4~5개 팀이었으며, 한 팀당 기본 5명에서 10명, 많게는 20명까지도 되었습니다. 네, 제가 제 아무리 회사의 초기멤버이고 회사 안의 사람들 중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가장 풍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많은 팀과 사람들을 관리하고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영역의 일들이었습니다. 4년을 다니면서 참 저도 일욕심, 돈욕심 꽤나 부리며 제 시간을 회사에 쏟았지만, 그들 모두를 내 곁에 둔다는 것은 결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련성이 적은 팀 일부를 떼어내고 그 팀의 성장을 보다 더 빠르게 가져가기 위해서 또 하나의 본부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대표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대표도 나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제 의견에 곧바로 동의하고 새로운 본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은 본부의 리더를 뽑는 일이었죠.




회사의 첫 경력직 채용


회사는 4년 간 단 한 번도 경력직 채용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신입으로 직원을 뽑았습니다. 승진 또한 그동안은 내부에서 일 잘하는 직원을 승진시키기만 했었죠. 그런 회사가 처음으로 그것도 본부의 리더를 뽑는데 경력직 채용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것은 저에게도 꽤나 신선했습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리더 경험이 풍부한 누군가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 대표의 의중이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 저 또한 그러한 결정이 꽤나 합리적이고 필요한 선택이라 생각했고요.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나 새로운 본부에 새로운 본부장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본부장은 자신이 함께할 팀장 두 명을 데려왔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입사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오다


그로부터 약 2주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때부터였습니다. 회사에 사춘기가 찾아온 것은. 경력직 채용은 대표뿐만 아니라 회사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낯선 실험과 같았습니다. 회사의 일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외부인이, 그것도 한 번에 세 명씩이나 온다니, 그것도 본부장과 팀장으로. 당연히 기존의 구성원들은 그 세 사람을 경계대상으로 규정했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낯설어서 경계하고 누군가는 뜬소문을 만들어서 그들을 음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셋은 경력직의 연륜으로 빠르게 업무에 적응해 갔습니다. 하지만 일을 잘하는 것도 경계의 대상이 되어 더욱 견제가 심해졌죠.

 첫 경력직 채용을 시작으로 다른 본부에도 리더의 자리에 하나둘씩 경력직 채용으로 의자가 채워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회사 안에서는 첫 경력직 채용때와 유사한 흐름의 경계 상태가 곳곳에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형태는 조금씩 달랐지만, 경력직 채용은 각 본부와 팀에서 그들의 업무 능력을 인정하고 옹호하는 부류와 여전히 그들을 경계하고 심지어 평가절하하는 부류로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이분화된 상황의 말로는 새로 들어온 이들이 분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그들의 대척적에 서있던 기존의 인원들이 퇴사를 하게 되는, 정반대의 두 가지 양상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둘 중 어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상황일까요? 신입으로 들어와 사회생활 경험은 짧지만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사람의 퇴사. 로열티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로열티가 없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사회 경험이 풍부해 곧잘 일을 배우고 업무 적응력이 높은 사람의 퇴사. 아마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두 경우 모두 손실일 것입니다. 제일 좋은 건 모두가 합심해서 나아가는 것이겠죠.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어찌 보면 이때 회사에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회사는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급성장하며 5명에서 150명으로 인원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거의 1년에 40명 정도가 늘어난 샘이죠.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자신이 성장하는 동안 성숙해지진 못했습니다. 매년 나이를 먹고 성장하는 만큼 회사에 자리 잡는 불규칙성과 불안정성을 다잡아 줄 수 있는 회사의 뚜렷한 문화와 구조를 조금씩 만들어가야 했지만, 속도감 있는 성장에 목마른 회사는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려만 가기 바쁠 뿐이었습니다.

 기존 구성원들의 새로운 경력직 인원에 대한 경계심은 회사에 대한 로열티의 잘못된 표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잘만 성장하던 회사에 갑자기 들이닥친 낯선 존재들을 회사의 성장을 방행 하는 병목의 원인이라 생각하고 그들을 배척하기에 바빴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존재들이 서서히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존재감이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일부 인원들이 깨닫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고요.

 새로 들어온 인원들 또한 너무 자신들의 업무 능력과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에 몰두한 나머지, 회사에 이미 뿌리내린 인원들의 그들에 대한 경계심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이제 자신의 업무 능력 증명을 멈추고 기존 인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할 때에는 이미 때가 늦었을 일이었죠.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내홍이 심한 과도기, 회사의 사춘기를 제대로 한 번 겪었다면 다시 똑같은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려면 회사가 먼저 발 뻗고 나서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점진적으로 회사만의 뚜렷한 문화를 만들고, 업무 구조를 구성하고, 구성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면, 모두가 힘들 사춘기를 잘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성장과 안정화를 병행할 수 있는 성숙기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는 아니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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