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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Jul 14. 2024

'투자 유치'는 꼭 당신의 업무였으면 합니다

직접 30억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깨달은 것

스타트업, 혁신적 아이디어 하나를 단초로 하여 수 없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성장을 거듭하는 곳. 저는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들어가서 한 곳에서 5년 간 일했습니다. 5년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짧은 기간일 수 있겠지만, 저에게 있어서 이 5년은 마치 일평생 동안 응축된 시간이 겹겹이 쌓여서 다른 시공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헤쳐나가야 하는 때였습니다. 좀 어렵죠? 사무실의 문을 여는 그 시점부터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렵죠?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우격다짐! 돌격 앞으로!



스타트업으로의 합류 계기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이유에는 공통된 하나의 목적이 존재합니다.


"미래보상"

"성공적 엑시트(Exit)"


제가 연재 중인 또 다른 책 "나의 발칙한 스타트업 오답노트(3화 참고)"에서 말씀드렸듯, 초기 스타트업에 입사한 사람은 일정량의 주식 또는 스톡옵션을 얻게 될 경우가 많고, 향후 회사가 성장하면 자신의 주식 또한 가치가 커져서 거의 로또급의 개인 이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걸 전문 용어로 엑싯(Exit)이라고 하죠.

 우리가 로또를 사서 1등에 당첨될 확률과, 초기 스타트업의 구성원으로 들어가서 사업을 성공시키고 수십억을 버는 확률 두 가지를 저울질하면 어떤 게 더 가능성이 낮을까요? 다들 로또를 선택하실 듯한데, 저는 두 경우 모두 비슷한 확률 아닐까 싶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글자가 주는 세련됨과 멋들어짐에 현혹되어 무작정 들어갔다가 본전도 못 건지는 것이 초기 스타트업의 생태입니다. 지인들과의 만남도 연례행사가 될 거고요, 심지어 가족들과 볼 날도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취미 활동이요? 업무에 절여져 잠을 자는 게 유일한 취미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명절이요? 빨간 날과 검은 날을 구분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될 수 있습니다. 변변한 인프라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성공적인 사업 확장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일에 내어주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로또는 주머니에서 5천 원만 꺼내서 5가지의 숫자 배열에 염원을 담아 45개의 숫자가 놀려대는 확률 속에서 마음 졸이는 게 전부라면(솔직히 마음 졸이지 않죠 꽝이면 종이를 버리고 다음 회차를 위한 5천원을 꺼내면 그만..ㅎㅎ), 초기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확천금을 얻으려면, 그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꽤나 큽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 모두를 온전히 일에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죠.

넉넉지 않은 상황 속에서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끄집어내어 실현시키는 일은 자신의 노력으로만 되는 일도 아니며, 시기적절한 운과 함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함께해야만 겨우겨우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입사 후 5년 간 보통 사람이 일하는 양의 2~3배를 해냐야 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그 당시 회사에 진심이었던 인원들 대부분이 그렇게 자신을 시간을 회사에 내어주며 회사의 성공을 바랐습니다. 회사의 성공의 자신의 성공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죠.

 자, 이제 좀 '시간과 정신의 방'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시죠? 같은 24시간이 주어져도 일을 소화해 내는 시간의 양 자체가 달랐습니다. 그만큼 저도 모르게 짧은 기간 급성장해있었죠.





스타트업에 투자 유치가 필요한 이유



아무리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쉴세 없이 수련하는 마음으로 일을 해나간다고 하더라도 한계는 분명 존재합니다. 아무리 유능하고 효율이 높은 사람이 일당백을 한다 할지라도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엔 소수 정예로서도 헤쳐나갈 수 없는 사업의 변곡점이 출연합니다. 회사는 성장해야 하고 그 성장이 예상보다 더딘다면, 혁신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립니다. 즉, 적절한 속도로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기반(돈, 인력 등등)이 필요할 때가 분명히 옵니다.

 사업이 매달 매년 영업이익을 내고 돈의 흐름이 선순환으로 흘러가면서 회사가 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대게 스타트업에게는 쉬이 일어나는 현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사업이 자리 잡히기 전까지는 회사엔 적자가 계속해서 쌓입니다. 이를 버티지 못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그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죠. 그래서 스타트업이 꿈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도래할 그 시기까지의 역경을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보통 그 힘은 돈에서 나오죠.

 그래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에 사활을 겁니다. 투자 유치를 한 번 받을 때마다 보통 2~3년 정도는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돈을 받습니다(회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매달 운영비만 나갈 때의 보수적인 기간).

투자 유치는 단순히 회사의 명줄을 이어가게 해주는 수단이 아니라, 회사의 인지도와 영향력에도 간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투자사는 회사가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미래의 잠재력이 충분히 괜찮아 보인다면 그 미래의 가치를 염두하고 투자를 합니다. 즉,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그만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고, 그 말인 즉 회사의 가치와 인지도 그리고 몸값이 투자유치 금액에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뜻이 됩니다.(스타트업의 투자 횟수에 따라서 통상적으로 '시리즈 X'라고 칭합니다. X에 붙는 알파벳 순번이 더 후순번 알파벳일수록 투자를 많이 받았다는 뜻이고, 그만큼 기업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예를 들면, 시리즈 A 스타트업보다는 시리즈 C 스타트업이 더욱 시장 가치가 높고 인지도 또한 높다고 볼 수 있죠.)




투자는 아무나 받나!

천만의 말씀!



하지만 투자 유치를 받는 일은 그리 녹록지 못합니다. 만일 투자를 받는 일이 쉬웠다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수 만 곳이 이미 투자를 받고도 남았을 거예요. 투자 유치는커녕 돈이 다 떨어져서 제대로 사업 한 번 못해보고 매년 사라지는 스타트업의 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합니다. 체감적으로 추론해 본다면 창업하는 100개 기업 중에 1개 기업이 그 맥을 유지할까 말까 한 정도랄까요? 그리고 투자를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다 성공의 길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번의 투자 유치 이후에 소리소문 없이 폐업하는 스타트업을 저는 꽤 많이 봐왔습니다. 그리고 요즘같이 경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미래의 잠재적 가능성보다는 당장의 수익성이 뚜렷한 곳들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해집니다.

 제가 다녔던 곳은 투자를 받지 않았음에도 자생력 있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돈을 빌리지 않아도 성장해 보이고 싶은 것이 대표의 뜻이었기도 하고요. 하지만 분명히 회사에도 앞서 말했던 혁신의 명운을 이어가기 위한 시점이었고 폭발적 성장을 위한 기반이 필요한 때였습니다. 운이 좋았던 걸까요.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노다지의 향기를 맡고 여러 투자사에서 미팅을 요청해 왔습니다.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으시죠? 보통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사를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우리 이렇게 사업할 거니까 돈 빌려주세요!'라고 속된 말로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할 수밖에 없죠. 반대로 투자사에서 먼저 투자하겠다고, 자신들의 돈을 빌려주겠다고 선뜻 먼저 다가오는 곳은 정말 흔치 않은 상황입니다. 그 당시 미팅을 요청해 왔다는 것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회사의 서비스를 눈여겨봐 왔다는 뜻이었어요.

 사무실에는 하루에도 여러 곳의 투자사가 회사를 찾아왔습니다. 대표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기색은 있었지만, 일종의 기싸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결코 투자사에게 굽신거리지 않았습니다. 보통 투자사라고 하면 돈을 빌려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회사의 사업에 개입하려 하거나 더 심하게는 지시까지도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투자사도 돈을 빌려주고 향후 회사 가치가 높아지면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몇 배로 불려 회수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돈을 빌려줬는데 제대로 스노볼을 굴리지 못하고 침체되고 있다면 당연히 우려 섞인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갑의 위치에 있게 됩니다. 대표는 투자를 받더라도 우리가 돈이 이 궁한 게 아니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 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요. '우리가 투자 유치를 검토하려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투자사가 먼저 찾아왔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굉장히 느긋한 상황이다. 정말 우리 회사를 파트너로서 생각하는 투자사에게 마음을 줄 것이다'라는 확고한 마음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야근이 투자 유치의 트리거가 되다?



 다양한 투자사와의 미팅이 거의 두 달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표는 최종적으로 세 곳의 투자사와 함께 투자 유치를 진행해 보기로 결정했죠. 수많은 투자사 중에서 대표의 마음을 움직인 유일한 곳들이었습니다. 그 당시 투자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투자사 미팅이 있기 하루 전, 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치열하고 투박하게 업무를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해보는 일들을 계속 겪어냈던 2년 차의 저였어요. 저를 포함한 세 명의 작은 팀의 팀장이자 회사에서는 서열로 굳이 따지면 세 번째에 속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서열을 따지는 허영에 빠질 틈도 없이 여전히 회사는 일당백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야근은 저의 평범한 일상이었어요. 하필 그날은 당장 기한이 코 앞에 있는 업무들이 많아서 회사에서 간의 침대를 피고 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제 침실은 미팅룸이었습니다. 새벽 2시 즘에 업무를 대강 마치고 씻지도 않고 침대를 피고 바로 피곤에 절은 몸을 뉘었어요. 아침은 야속하게도 빨리 찾아왔습니다. 여느 때처럼 눈곱 낀 눈을 비비며 일어나려 하는데 제가 자고 있는 미팅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대표와 투자사 사람들이 아침 일찍 미팅이 있던 것이었습니다. 투자사 담당자들은 저를 회사의 지박령인 듯 쳐다봤더랬죠. '미팅이 있었다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라는 생각이었지만 사실 이건 대표의 밑그림이었어요. 회사의 성장이 곧 자신의 성장인 구성원들이 모인 곳이 자신의 회사라는 것을 투자사에게 각인시켜주고 싶었던 것이었죠. 지금도 그 당시 저를 쳐다보던 그들의 눈빛이 잊히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의례 있던 상황이 그들에게는 경외심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날 아침 저의 모습이 투자사 담당자들이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게 된 트리거가 되었답니다.





'투자 유치'는 꼭 당신의 업무여야 합니다.

어떻게든 경험해 보세요!



여러분, 초기 스타트업의 일원이라면 당연히 마주할 경험 중 하나가 회사의 투자 유치입니다. 하지만, 이걸 그저 남일 보듯이 '대표와 임원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 갖지 않았으면 해요.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는 어찌 보면 회사의 향후 가까운 미래부터 어쩌면 먼 미래, 그리고 여러분의 미래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다니고 있는 지금의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면, 기꺼이 여러분의 에너지를 그 여정에 쏟아부어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투자 유치를 어떻게 하는 줄 모르는데요?

투자? 그거 재무회계 잘 아는 사람만 할 줄 아는 일 아닌가요?

저는 숫자 놀음에 약해서....

지금 할 일도 너무 많은 걸요?

대표가 안시켜줄거 같은데...



온갖 핑계가 머릿속에 가득하시겠지만,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저 또한 제가 투자 유치 업무에 포함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 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고, 잘할 수 있을까 몇 날 며칠을 걱정하면서 보냈지만, 결국엔 여정을 뿌듯하게 마치고 회사가 30억을 투자받고 기업 가치 300억의 기업이 되는데 공헌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꼭 경험하셔야 합니다. 잘 와닿지 않으시죠? 그럴 수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 제가 겪은 이야기를 들어보신다면 아마 여러분도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을 거예요.


왜 여러분은 투자 유치를 몸소 겪어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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