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윤미의 장례식을 잊을 수 없다.
경찰은 그녀가 집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높은 곳을 두려워했다는 걸.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내게 전화를 걸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나는 받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복도는 어둡고, 엘리베이터 위에 달린 전등 하나만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떠 있는 글자 ― 「번호 없음」.
— …들려?
윤미의 목소리였다. 죽은 그녀의.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귀 옆에서 요란하게 뛰었다.
— 말도 안 돼…
— 그는 곧 너에게도 올 거야. ― 그녀가 속삭였다. ― 항상 곁에 있는 그 사람. 웃음을 믿지 마.
뚝. 연결이 끊겼다.
고개를 들자, 복도 끝에 누군가 서 있었다.
내 이웃, 민재였다. 젊고, 키 크고, 잘생긴 남자. 늘 친절하고, 장보는 걸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언제나 따뜻한 미소를 띠던 사람.
오늘도 그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내가 아침에 문 앞에 두고 잊고 간 우산이 쥐어져 있었다.
— 두고 가셨길래요. — 그가 말했다.
나는 얼떨결에 우산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날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새벽이 다가올 무렵, 뉴스를 열어 보았다.
화면 속 기사: 「몇 해 전, 한 여대생이 의문의 사고로 사망… 용의자는 끝내 찾지 못해」.
사진 속, 사건 현장에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 민재가 서 있었다.
지금과 똑같은 모습으로. 세월의 흔적조차 없는 얼굴로.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번호 없음」.
나는 스피커폰을 켰다.
— 도망쳐… ― 윤미의 목소리. ―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 그가 누구인지.
그 순간, 현관문이 딸깍 소리를 냈다. 누군가 열쇠를 꽂은 듯한 소리.
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고, 화면이 번쩍였다.
이번엔 윤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바로 내 목소리였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미래의 내 목소리.
— 도망쳐… 늦기 전에…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 전화는 과거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미래에서 온 경고였다.
한국에서는 밤늦게 걸려오는 「번호 없음」 전화에 관한 괴담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다.
처음엔 단순한 장난전화로 생각하지만, 그 목소리가 이미 죽은 사람의 것일 때가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목소리는 단순한 귀신의 울음이 아니라 경고라고.
특히 죽은 친구나 가족이 전화를 걸어온다면, 반드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를 조심해야 한다고.
이 전설 속의 윤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친구를 경고했다.
그러나 진짜 섬뜩한 점은 따로 있다.
가끔 그 전화는 죽은 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로 걸려온다는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공포를,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이렇게 속삭인다.
> “만약 새벽에 ‘번호 없음’ 전화를 받는다면… 절대 받지 마라.
그건 친구가 아닌, 네 미래의 비명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