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 때는 어렸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어른이 됩니다. 마냥 어릴 것만 같던 우리 아이가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성숙하게 커버립니다.
사춘기라는 말을 예전부터 참 좋아했습니다. 사춘기(思春期) 봄을春 생각하는思 나이期.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몸만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도 같이 성장합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사춘기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되면 마냥 행복할까요? 물론 따뜻함은 우리에게 행복을 줍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마주치게 됩니다. 마치 봄이 지나 여름이 다가오면 장마와 태풍이 다가오는 것처럼.
사춘기라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 중2병이라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말 그대로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어른 말도 듣지 않고 자기 고집만 부린다고 하여 그렇게 부른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초등학생 때 줄곧 어른들 말을 잘 들었던 우리 아이가, 중학생이 되자마자 갑자기 돌변합니다. 대화는 줄어듭니다. 우리 아이 학업, 친구, 진로가 걱정되어 한마디라도 건넨다면 이런 말이 되돌아옵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
마치 아이들이 부모님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노는 모습만 보입니다.
"우리 아이가 중2병이 왔나 봐요."
교복을 입었습니다.
초등학생이 아닌 중학생인 것이 이제야 실감이 납니다.
어른들이 주변에서 말합니다. 중학생이 되었으니 하고 싶은 공부만 아니라 하기 싫은 공부도 해야 한다라고요.
나름 열심히 공부합니다. 이번에 영어, 수학 학원도 추가되었습니다. 중학생 때 영어, 수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하도 겁을 주니 무섭기도 합니다.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나름 선생님께, 그리고 아빠,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첫 시험에 성적을 잘 받아 칭찬받는 거 아닐까 기대도 합니다. 첫 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낮은 점수에 우울합니다. 친하진 않지만 반 친구 한 명은 올백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미우면서 부럽기도 합니다.
아빠, 엄마에게 성적표를 드리기 무섭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성적표를 받은 엄마, 아빠의 표정이 무섭습니다. 이번에는 과학 학원도 새로 다니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반에서 올백을 받은 친구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엄마, 아빠에게 당당히 시험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나 자신이 미워집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엄마, 아빠가 미워집니다. 엄마의 잔소리가 끝나갈 무렵 방에 들어가면서 엄마에게 소리칩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우리도 한 때는 어렸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단지 봄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을 뿐입니다.
병(病)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그 시기를, 우리 어른들은 응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