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
그 다음에는 전화를 기다렸고
그 다음에는 편지를 기다렸다.
빨래를 널어놓고 빨래가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당신의 기다림을 생각했다.
당신이 축 늘어진 몸으로 공중에 널려
모든 눈물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마침 장마였고
축축한 생과 함께 흐르다가
한 다발씩 발견되는 옷가지들을 건져내고 보니
지난 계절에 입었던 당신과 나의 육신이었다.
그리고 내가 기다리던 게
만남이나 전화나 편지 따위가 아니었음을
물에 젖은 신발을 또 종일 말리면서
더 울 수도 없게 깨닫고 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