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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Feb 07. 2022

김치! 이게 그 므시라꼬~!

평생의 한..

오늘 첨 도전해본 .

배추김치.


타국에서 먹을것 없는 음식에 뚝 떨어진 입맛잡는 건 김치뿐.


한국에서는 가끔 먹는 베트남 쌀국수가 맛있었지만,

베트남에서 먹는 쌀국수가 한국에서 먹는 쌀국수보다도 훨씬 더 깊고 풍부한 맛이난다.


처음 왔을때 푸꾸옥리조트에서 먹어본 베트남쌀국수의 국물맛을 잊지못한다.

거기다 푸짐한 고기고명까지.


쌀국수 한 그릇이면 해장도 되고 ,

지금은 계절상 겨울인 한국인의 체질시계가 아직 내몸에 남아 있어서인지,

이곳은 여름이지만,  허한 배를 채울 뜨뜻한 국물요리중 유일하게 잘 맞는 쌀국수가 여러모로 나의 배를 불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흰쌀밥에 갓 담근 김치가 먹고 싶어졌다.

한국서 살땐,

어머니가 장만해놓은 한겨울 수십포기의 김장김치들 중, 끼니때만 되면 푹삭은 김치는 늘 밥상의 단골메뉴였다.


친정에 가도 친정엄마는 늘 김치로 요리솜씨를 발휘하셨다.


매번 담그는 김치 맛이 달라 이번 김치맛은 어때?

하고 물으시는게 친정갈때마다 듣는 안부와 함께 단골멘트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 어머니 두 분곁을 떠나 타국에 자리잡고 매 끼니때마다 손수 만든 음식을 내놓아야 하는때가 오니, 두 분의 어른들이 자식새끼 식사챙기느라 여간 신경쓰신 게 아니셨을거라 짐작해본다.


이제 그 입장, 내가 되어

내게 ,

때가 되면 배고프다 입을 쩍쩍 벌리는 아들과

나만보면 배고프다는 남편의 해 묵은 어리광에 신나게 음식준비를 해봤지만,

서툰 솜씨를 초장부터 너무 거하게 부린건지

에너지가 고갈되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쌀국수를 사다가, 돼지고기를 삶은 육수에 청경채와 양파, 파, 후추,소금,생강등을 집어넣고 면을 넣어 익히면 완성되는 쌀국수를 애아빠나 아들이나 모두 다 좋아하니,

매끼 흉내내는 타국의 전통음식에 질렸는지 나도모르게 실증이 나버린것 같다.


뭔가 매콤하고 시원한게 먹고싶어서 메밀막국수도 해보고, 황태조림도 해봤지만 그 맛을 본 위는 달래지지 않았다.


그리하야 만들어본 김치..


냉장고 속 야채박스에 뒹굴대던 한 포기의 배추는 베트남오면서 어렵게 가져온 울 아들이 유일하게 잘먹는 어머님표 쌈장에 찍어먹을 용으로 사다놨는데,

그 배추를 볼때마다 왠지 모르게 쌈장에 찍어먹기엔 뭔가 아쉽다는 생각에 선뜻 꺼내어 내놓지 못했었다.



어머니가  만드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따라 만들고 싶다는 걸 가슴에 품고 살아왔었다. 함께 사니까 내가 만들일은 없었고, 오로지 등 뒤에서 어머니가 김치 만드시는 모습만 엿볼 수 있었을 뿐..


직접 만들어 보니 이상하게 가슴에 엉겨붙은 한이 풀리는 기분이랄까.

이게 내 평생 소원이어었던 것일까.

평생 묵은 숙제를 다 한 이 기분 무엇일까..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맛있다.





어머니께 사진을 보내드리니

맛있겠다~~라고 하신다. ㅎㅎ



칭찬을 받으니 기쁨이 두배가 넘는다.


자고로 갓 담은 김치는 돼지수육과 함께 먹으면 맛난다는 말씀도 덧붙여주시면서.. 오늘 호치민 빅씨마트에서 산 베트남산 삼겹살 덩이를 물에 푹 삶아 돼지수육과 함께 이 김치를 서방님께 내어드려봐야 겠다.ㅋㅋ


2022.02.07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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