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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Jun 23. 2022

아름다운 동행

감성에세이



겁도 없이 물에 뛰어들어

정신없이 파도에 실려다닌지 어느덧 4년 

나는 철저히 혼자다.


거친파도가 뒤덮은 날에는

어두운 심해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고,

잠잠해진 물결따라 수면에 오른 날에는

숨만 겨우 헐떡일 수 있었다.


태양을 보며 살아있음을 느꼈고,

유유히 떠가는 큰 어선에 희망을 실었다.

어쩌다 만난 작은 물고기떼에게 인사를 했고,

지나가는 고래 등위에 올라타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나를 스쳐지나갔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깊은 바다 위에 또 다시 나는 홀로였다



바람이 분다. 

거센파도가 일렁인다.

나는 바다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캄캄한 밤, 무엇이 나를 덮쳐올지도 모를 공포에 휩싸여 있다.


멀리서 새소리와 같은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휘파람 같기도 하고, 흥얼거리는 콧노래 같기도 하다.

소리에 집중하니, 아늑한 느낌이 든다.

내가 아는 노래 일까.


자세히 들어보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이정아~ 이정아~

이정아~ 이정아."


순간, 어지러워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바다 한 가운데에 누워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내 이름을 부르는 이 누굴까.


내 이름을 부르는 이

점점 가까이 온다.

여기서, 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른다.


"이정아. 여기서 뭐해?

왜 여기까지 와있어."


물고기도, 

고래도,

어선도,

태양도...

모두 다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나를 구하려고 

밧줄을 던지고

튜브를 던진다.


긴 줄에 묶인 튜브를 

몸에 끼운다.

내 주변에 많은 이들이

나와 함께 항해한다.


그들은 

내 가족이였고,

내 친구였으며,

내 꿈이였고,

또 나 자신이기도 했다.



낯선 바다,

그곳은 내가 살아가는

한 세상이었다.


낯설다고 느낀 것은


바다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2022.06.23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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