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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Aug 29. 2021

[책리뷰]어머니의 루이비통

에세이

[어머니의 루이비통]-개정증보판
작가: 송일만
출판사: 맑은샘
발행일: 2021년 7월 2일

이 책은 여유를 가지고 야금야금 5일에 걸쳐서 읽었다.
제주도 방언 읽는 재미가 있어, 제주도 방언 그대로 쓰고 괄호를 열어(표준어로 해석) 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글이라 읽는 속도를 빨리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빨리 읽고싶어 표준어만 읽기에는 제주도 방언을 따라 읽는 맛이 끈덕지면서도 매력적이어서 제주도 방언 읽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저자는 제주토박이다. 바다속에서 자연산 전복과 자연산 굴, 자연산 섭을 캐듯, 저자는 제주의 숨은 진짜 자연산 보물들을 캐서 제주의 날 것 그대로를 소개해놓았다.
2018년도까지였나, 제주도를 세계에 개방하여 개발가능구역으로 지정했었다는 소식을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난 제주도를 관광객의 입장으로만 봐서 그랬는지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렇지만도 않다.

 얼마 전 친정집이 재건축되었다. 추억이 담긴 오래된 아파트를 철거하고 새 아파트로 올렸는데, 신식 건물의 유려함, 사거리의 낯선 건물이 왠지 우리 집이 아닌 것만 같았다.
 원래 우리집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어쩔땐 가슴한 켠이 쿵 하니 내려앉는 기분이 었다. 도로를 내느라 예전 그 자리를 차지하던 예쁜 목련나무들과 유유히 흘러가던 시원한 하천, 그리고 정다운 비포장도로를 잃게 되었을 때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지은 저자도 같은 심정이리라.

제주도는 학교다닐 때 봉사활동으로 한 번 간 적이 있었다.  내 생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봤다. 그때가 2003년도쯤 이었나보다. 겨울이었는데도 제주도는 엄청 멋있었다. 20년 전이라 그런지 가물가물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겨울에 가도 이정도로 볼 것이 많은데 봄에 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 2015년도 쯤 또 한번 회사에서 보내주는 제주도로 떠나게 되었다. 많이 변해버린 제주도를 보았다. 성산일출봉 들어서는 길에 세계적인 다단계회사의 입간판이 서있었는데, '이러다 우리 제주도를 다른 나라에 뺏기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잠시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돌하르방과 협재해수욕장, 곶자왈, 성산일출봉,한라산 등은 너무 아름다웠고, 육지에서는 못먹는 제주산 고등어회와 해물뚝배기, 똥돼지구이는 어딜가서 맛보지 못하는 일품요리였다.

저자의 어릴적 추억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보리개역(미숫가루)의 달고 고소한 맛, 꿩독새기(꿩알)을 주워와서 삶아먹다가 어머니한테 ‘그 꿩이 얼마나 애돌크니’ 하시면서 야단맞고 도로 갖다놓고 , 지방이 많아 꼬신 자리물회,자리구이,자리젓갈의 맛과 해산물의 보고 애삐리에서의 추억, 도새기(돼지)키우기, 돗통과 돌토고리, 올레길의 어원, 그리고 제주에서 해녀로 사는 것에 대해 읽으면서 제주에서 살아온 저자의 단맛,짠맛,쓴맛의 이야기들을 맛볼 수 있었다.

p.176 제주의 좀녜(제주의 해녀)
오늘 제주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람도 셉니다.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중략)
그들은 철인이었습니다.
햇빛에 쪼그려 앉아 밭에서 일하고, 물질하면서는 숨을 참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아프면 뇌선(진통제)를 밥 먹듯이 꼭꼭 먹었습니다.
그들은 50이 넘으면서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고 신경통이 도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일종의 잠수병)

제주도에 내 발로 가보기도 하고  들어보기도 먹어보기도 읽어보기도 했지만 이렇게 제주도가 내 앞에 통째로 나타난 듯한 느낌은 송일만 작가님 덕분이다.
 저자의 어릴 적 추억 속 맑은 바다에 풍부한 생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 가듯,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오수와 폐수를 내보내고 몸에 칼대듯, 제주도의 여러곳에 도로를 내어 엎치고 덮쳐지며 없어지는 자연의 제주가, 작가의 제주가 그리고 제주도민의 추억과 삶인 제주도 전체가 사라져버릴까  아픈 일이 되었다. 일개 관광객이었을 적엔 몰랐을 일이다.


작가이야기처럼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껴주고 지켜주고 싶은 아름다운 제주도의 이야기는 어머니가 아끼고 또 아끼고픈 루이비통같은 이야기처럼 와 닿았다..,

이상 우리나라의 보물 제주도에 대한 송일만작가의 맨드글락, 몬트글락, 곱스글락한
 [어머니의 루이비통] 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책을 선물해주신 송일만 작가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말씀 올립니다.
본연의 제주를 지키기 위한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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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쓰는 정석맘
@book_thanksmom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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