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책에 대한 선정보 없이 제목과 표지만을 보고 느낌적으로 읽고 싶을 때 덥썩 읽는 나의 용기덕에 이번에도 신선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수정과 같은 보석이 표지 한가운데를 빛내는 시선으로부터는, 반짝이는 보석에 눈을 뗄 수 없듯이, 무엇인가에 대한 시선을 빼앗겨 멍하니 쳐다보다가 생기는 상념이랄까, 그런것들을 구구절절하게 적은 내용일까 미리 짐작했었다.
그런데 첫 페이지에 그려진 심시선이란 한 여자의 이름을 축으로 아래 삼대까지 이어진 가계도에서 시선으로부터 라는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시선이라는 여성의 제사를 지내는 것에 대해 가족들이 논의하는 것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시작해 시선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시선은 참 멋진 여성이었다. 어떻게 이런 여성상을 생각하여 소설을 지을 수 있었는지 정세랑 작가의 상상력과 스토리전개에 가슴이 벅차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의 결혼으로 총 16명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이 책은 읽으면서도 툭툭 나오는 이름에 가계도를 몇 번이나 다시 펼쳐봤는지 모른다. 약간은 혼란스러움이 있었지만 읽으면서 케릭터들을 이해했다. 명혜가 가진 첫째로서의 책임감, 명은과 명준 그리고 그 아래 자녀들까지 골고루 나오면서 세대가 이어지고 세월이 흐르며 시선의 제사를 하와이에서 지내기 위해 떠나는 여행. 시선을 두고 하는 고뇌 같은 그들만의 대화체들이 주를 이뤄 책 속 시선은 실재하는 인물같은 느낌이 , 나는 관찰자로서 하와이를 따라가고 있는 느낌이 드는 독자로서의 시점이지만 참으로 생생했다. 어떻게 이 많은 인물들에 집중하면서 그들의 특징과 성격을 잘 잡아 드러낼 수 있는지 읽으면서도 내적내용의 집중보다도 외적구성으로도 눈길이 왔다갔다 했다. 정세랑 작가님은 대화가 고팠나 보다...
멋진 신여성 심시선. 그 시절 실재하기 힘든 여성일것 같지만 실재하면 정말 멋진 신여성인 심시선. 하와이에서 보낸 그녀의 생애를 되짚어 보며 그의 내생도 하와이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가족들. 그런의미에서 우리나라 제사라는 행사는 참 묘한것 같다. 선구자적인 그녀의 행보 덕택에 혜택받은 자녀들. 주인공들이 지금도 하와이 어딘가에서 지내며 시선의 제사를 지내고 시선을 위해 모여 이야기 하며 시선으로 하여금 자녀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만 같다. 하와이는 내가 가본 나라중에 가장 돌아오기 싫은 자연의 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