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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ul 20. 2023

장거리 비행 동안 할 수 있는 것

시차 걱정없이 숙면을 위한 슬기로운 비행

생각만해도 몸이 뻐근해 온다.


갑작스럽게 독일 출장이 잡혔다. 프랑크푸르트 까지 장장 13시간의 비행. 출발도 하기 전 몸이 마비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노트북, 테블릿을 챙겨갈까하다 일단 블루투스 키보드만 챙겨가기로 했다. 이유는 짐을 최소화하고 한 동안 정신 못 차리게 바빠서 쓰지 못했던 브런치 글들을 작정하고 써봐야겠다는 심산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비행 동안 최대한 잠들지 않기 위해서다. 목적지에 도착해 숙소로 들어가면 밤 10시. 숙면을 하기 위해서 비행 중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대신 글을 쓰면서 복잡했던 마음도 달래고 무료한 시간도 때우고 일석이조다. 비록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이지만 좌석의 좁은 공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출장길에 함께 한 동료가 신기한듯 힐끔힐끔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나를 쳐다 본다. 이 비좁고 엔진 소리 윙윙거리는 기내에서 무슨 글을 저리도 진지하게 쓰고 있나 궁금해 하는 표정이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얼마만에 누리는 행복감인지...


그렇게 몇 개의 글을 쓰다 지루해질때 챙겨온 두 권의 책중 한권의 시집을 먼저 읽는다. 최승훈 시인의 "이것은 불륜이다". (오해는 하지 마시라. 시집의 제목이 파격적이라 선택했다. 내용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거(?) 아님).


시인이 살아온 인생,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소 파격적인 제목으로 담아냈다. 마치 생활 시 처럼 속속 들어온다. 특히 시인의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담아낸 싯 구들이 가슴에 긴 여운으로 남는다.


그처시집을 읽다가 또 지루해지면 이번에는 "단어로 읽는 5 분 세계사'라는 책을 읽는다. 벌써 몇 년전에 읽었던 책인데 장거리 비행중에 한 챕터씩 끊어 읽기 편하고 영단어의 기원과 관련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내 재미와 상식을 넓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다시 읽어 보지만 내용이 새로운것도 많다.


그러는 동안 남은 비행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약 5시간. 승무원들의 움직임이 바빠 지는 걸 보니 두 번째 식사 시간이 다가오는 듯 하다. 기내식을 기다리면서 동료가 챙겨온 휴대용 폼롤러를 빌어서 등과 등받이 사이로 밀어 넣고 등맛사지를 한다. 저걸 왜 들고 왔을까했는데 뻐근한 등 근육을 풀어주는데 제격이다. 동료가 오늘 한 일 중에 최고의 선택이었다.


나도  장거리 비행때마다 챙겨오는 아이템들이 있다.

우선 공기주입식 스톨(발받침)이다. 몇 번의 blowing으로 13시간 동안 다리와 발이 편하기 때문에 꼭 챙겨온다. 그리고, 얇은 후드티도 반드시 가져온다. 기내는 냉방으로 춥기 때문에 필요하기도하고 뭔가 집중하고 싶을 때 후드를 쓰고 있으면 편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영화는 잘 안본다. 대신 음악은 다양하게 즐긴다. 오늘은 클래식으로 시작해서  Police의 라이브 실황을 즐기다 에어맵으로 보니 어느덧 튀르키예 상공을 지나고 있다.


어찌 되었든 목적지인 프랑크푸르트근접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글을 쓰니 지루했던 비행이 귀중한 글쓰기 시간이 되었다.


- On my way to Frankfu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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