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만 보던, 루벤스, 알브레히트 뮈러, 마네, 클림트, 고흐, 고갱, 세잔 등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을까.
사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5시간이 남았을 때 이 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했다. 항상 하던 대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처에 미술관이 있는지부터 검색을 해본 결과 숙소에서 20분 거리에 미술관이 하나 있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앞서 말한 것처럼 어마 어마한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더구나 어떤 예약도 필요 없었다. 이곳은 바로 Alte Pinakothek 미술관(독일 뮌헨 소재)
그래서,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을 하고 미술관 개장 시간에 맞춰 한 걸음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첫번째 전시실에서 마주한 붉고 역동적인 첫인상을 안겨준 루벤스의 작품들을 보면서 황홀경에 빠졌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직관을 해보니 말로 듣던 대로 '환상적'이라는 말 외에는 더 이상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그 유명한 'The great last judge'를 보면서 그의 과감하고 세심한 터치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구스타프 클림트, 폴 고갱, 에곤 쉴레, 밀레, 고흐를 거쳐 조각실에서 로댕의 작품까지 작품 하나하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화가들의 작품에서 하고 싶었든 이야기들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그림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금세 시간이 흘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사실은 독일을 대표하는 화가 '알브레히트 뮈러'의 '자화상'을 가장 보고 싶었었다. 스티브잡스가 생전에 그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제스처를 따라 해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작품. 역시 작품 속의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있어 보였다.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날 우연히 간 미술관을 보면서
약 15년 전 프랑스 루브르에 갔던 기억이 났다. 아무런 지식도 준비도 없이 시간에 쫓겨 갔던 루브르. 누구나 알고 있는 모나리자 그림만 겨우 기억한 채 수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코로나 시기에) 옛날에 찍어서 저장했던 추억의 사진들을 컴퓨터에서 불러와 한 장씩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루브르에서 누구 작품인지도 모르고 그냥 방문기념으로 막 눌러 찍었던 그림이 나폴레옹을 그린 자크 루이다비드와 같은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작품들.....)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렇게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서도 그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였기에 보이는 것은 그냥 그저 단순안 그림일 뿐이었으니 갑갑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공부 좀 하지 그랬어'하며 후회해 보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미술, 조금만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는 미술. 사실 그날은 제대로 된 미술관에 한번 가본 적 없는 동료 2명을 대동했다. 평소 미술에 전혀 관심 없던 그들도 적어도 책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다양한 작품들을 직관하는 동안 진한 감동을 한 듯 전시실을 빠져나온 그들의 얼굴에서 뭔가 뿌듯함이 느껴졌다.
비록 미술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작품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그림 보는 재미를 느끼고 마치 알아두면 쓸만한 지식들을 가슴에 한가득 채운 듯 행복해 보이니, 짧은 시간이지만 어설픈 도슨트 역할을 한 나도 셀렘 한가득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