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유난히 카페인이 당기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직접 커피를 내려마시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귀찮은 날에는 자주 가는 단골 카페에 들러 잘 알지도 못하면서 브라질 커피는 이렇고, 에티오피아 커피는 저렇고, 코스타리카 원두는 어떻고, 콜롬비아는 또 어떻고, 워시드가 어떻고 내추럴이 어떻고, 뭐는 신미가 강하고 또 뭐는 바디감이 어떻고... 온갖 아는 척은 다 하면서 노닥거리지만 결국 매번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로 주문을 합니다. 그런 날은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닌 날인 것입니다. 카페주인은 어떻게 그걸 알아차렸는지 가끔 찐 단골들에게만 주려고 꼭꼭 숨겨둔 스페셜티를 꺼내옵니다. 그리고는 커피를 내리는 동안 시덥지 않은 농담 몇 마디를 건넵니다. 그렇게 찐한 게샤(Gesha)를 한잔 얻어 마시면 그제야, 카페인에 취했는지 마음이 다시 자리로 되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