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면천에 가면 면천읍성, 면천막걸리, 골정지(연암 박지원이 만든 저수지), 오래된 미래(서점), 진달래상회,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 등이 자리하고 있어서 오며 가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봄, 가을 날씨가 좋을 때,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자주 찾는 곳이어서 나에게는 힐링스폿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곳이다.
오랜만에 평일 휴가를 맞아 겸사겸사 면천을 찾았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 동네가 쌀쌀할 때는 칼국수, 더울 때는 콩국수로 유명한 곳이라 지난해부터 우연히 알게 된 식당에 가서 아내, 처형과 함께 시원하게 콩국수 한 그릇 하기 위해 그곳에 방문했다.
이번에는 긴 대기시간을 예상하고 갔다.
이유는 몇 주전에 '전현무계획'에서 이 식당이 소개되었기에 안그래도 손님이 많은 곳인데, 방송까지 탔으니 가까운 곳은 물론 전국팔도에서 미식가들이 찾아올 거라 예상했다.
다행히 8번째로 대기순번이다. 콩국수 단일 메뉴라 20여분이면 충분한 시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 차례가 왔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자 2분도 안되어 고소한 냄새와 함께 콩국수가 나왔다. 우선 시원하게 콩물부터 들이켜 본다. 청태와 서리태를 섞어 만들어 역시나 변함없이 콩의 고소하고 진한 담백함이 목울 타고 내려간다. 쑥이 들어간 면발은 콩국물에 뒤지지 않을 만큼 진한 쑥향이 느껴진다.
굳이 소금 또는 설탕을 안 넣어도 내 입맛에 딱 맞는 간. 후루룩 후루룩 쫄깃한 면발을 빨아드리고 콩물 한 모금 삼키면 영혼까지 시원하다. 적당히 시원하고 고소한 콩물을 정신없이 숟가락으로 떠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내가 어디 가서 국물까지 전부 마시는 경우는 이 콩국수 외에는 없는 듯하다.
콩국수 한 사발 뚝 딱 하고 나니 콩 단백질이 온몸으로 펴져가는 기분이다. 왠지 내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아무래도 방송 후에 외지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모양이다. 사장님은 아주 체계적으로 대기번호를 관리하며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한다.
로컬맛집이 방송을 타면 한 순간 손님들이 몰린다.
가끔은 단골손님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도 분명 있다. 항상 아무 때나 대기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식당이 이제는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의 수십 년 단골들에게는 편할 리 없다. 어찌 되었든 방송을 탔으니 장사도 잘 되길 바랄 뿐이다. 다만, 맛과 서비스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사실, 그 동네에는 콩국수나 칼국수 맛집들이 많다. 특히, 예전부터 콩 농사를 많이 지었고, 콩의 질 또한 좋아서 콩국수 맛집이 많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다만 방송에는 안 나왔을 뿐, 이미 대기줄이 더 긴 집도 수두룩 하다.
그러니,
혹시 면천에 갈 일이 있으면 면천읍성안과 주변의 다른 집들도 맛집들이라는 걸 기억하고 방문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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