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미처 담지 못한 색깔들이
아직 서로에게 물들지 못한 채
노란 잔디밭 검은 자동차 본넷
그리고 분수대 맑은 물 위에서 선잠을 잔다.
11월, 원색의 빛깔들은 서로에게 목말라했으므로
신이 쓰다 남은 팔레트의 물감들은 한 겨울
발 뒤꿈치처럼 마르고 갈라질 것입니다.
흰 눈이 솜이불처럼 세상을
뒤덮을 날도 멀지 않았다지만
그때까지 서로 섞이지 못한 시간은 얼어버릴 것입니다.
내년 봄비에 놀라 잠들었던 물감도 다시 깨어나면
당신이 그려놓은 세상을 멋지게 색칠해 줄 것입니다만
어쩌면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굳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마지막 욕심이었을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