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이었다. 금산은 인삼으로 유명한 곳인 만큼 높은 산, 깊은 계곡이 많아 일교차가 크고, 숲이 울창해 인삼재배에 최적지다.
아무튼, 그곳에서 이맘때 즈음 산불이 났다. 낮에는 평야에서 산으로 바람이 불어 불길은 온 산을 집어삼킬 듯했다. 동원된 공무원과 주민들이 아무리 애써봐도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진화요원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 산불진화 헬기가 연신 물을 퍼 날라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어닥치는 바람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화마의 기세는 더 강해졌다.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바람은 조금씩 잦아들었지만, 어두워진 상황에서 진화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 그 사이 불은 전북 무주 설천면 쪽으로 옮겨 갔다. 밤 사이 불은 더 남하했고 결국 그다음 날에 되어서야 진화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 불이 있은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다른 동네에서 산불이 났다. 산은 높지 않았지만 역시 강한 바람에 불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그때서야 알았다. 성난 들불은 인력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온 산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게 겨우, 방화선을 파고 그나마 불이 더 번지지 않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등짐 물통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를 뒤 따르며 잔불 정리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성난 자연 앞에서 한 없이 나약한 인간의 몸부림뿐인 그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벚꽃 잎 하얗게 날리는 오늘,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지금 살고 있는 옆 동네에 산불이 났다. 긴급 재난 방송에 나온다. 또다시 공동체의식을 갖고 현장을 찾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연기가 가득하다.
저 멀리 불길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소방공무원 등 전문가들만 접근할 수 있는 상황.
4. 2. 22:00 현재
소방대원, 산불진화요원, 의용소방대, 일반 주민 등이 쉴 새 없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바람이 불지 않기를 비라도 와주길 기도할 뿐이다.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 밝다.
부탁드립니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캠핑장 화로 등 모든 불씨를 각별히 주의해 주세요. 너무 건조합니다.
한 번의 실수로 누군가의 생명을, 누군가 평생 모은 재산을 일순간에 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