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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pr 02. 2023

또 산불이 났다

벚꽃엔딩을 기대했는데 안타깝지만 불꽃엔딩이다.

벚꽃이 전국 각지에 만발한 일요일 오후


내가 사는 인근지역에 산불이 났다.

공무원들과 주민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화마와 싸운다.

나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산불이 나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참여하고 있다.


내가 처음 산불을 경험한 지 벌써 15년 정도 되어간다.

충남 금산이었다. 금산은 인삼으로 유명한 곳인 만큼 높은 산, 깊은 계곡이 많아 일교차가 크고, 숲이 울창해 인삼재배에 최적지다.


아무튼, 그곳에서 이맘때 즈음 산불이 났다. 낮에는 평야에서 산으로 바람이 불어 불길은 온 산을 집어삼킬 듯했다. 동원된 공무원과 주민들이 무리 애써봐도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진화요원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 산불진화 헬기가 연신 물을 퍼 날라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어닥치는 바람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화마의 기세는 더 강해졌다.


질 무렵이 되어서야 바람은 조금씩 잦아들었지만, 어두워진 상황에서 진화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 그 사이 불은 전북 무주 설천면 쪽으로 옮겨 갔다. 밤 사이 불은 더 남하했고 결국 그다음 날에 되어서야 진화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 불이 있은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다른 동네에서 산불이 났다. 산은 높지 않았지만 역시 강한 바람에 불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그때서야 알았다. 성난 들불은 인력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온 산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게 겨우, 선을 파고 그나마 불이 더 번지지 않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등짐 물통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를 뒤 따르며 잔불 정리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성난 자연 앞에서 한 없이 나약한 인간의 몸부림뿐인 그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벚꽃 잎 하얗게 날리는 오늘,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지금 살고 있는 옆 동네에 산불이 났다. 긴급 재난 방송에 나온다. 또다시 공동체의식을 갖고 현장을 찾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연기가 가득하다.

저 멀리 불길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소방공무원 등 전문가들만 접근할 수 있는 상황.


4. 2. 22:00 현재

소방대원, 산불진화요원, 의용소방대, 일반 주민 등이 쉴 새 없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바람이 불지 않기를 비라도 와주길 기도할 뿐이다.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 밝다.



부탁드립니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캠핑장 화로 등 모든 불씨를 각별히 주의해 주세요. 너무 건조합니다.

한 번의 실수로 누군가의 생명을, 누군가 평생 모은 재산을 일순간에 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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