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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다

by 노영임


별을 보다


나이 들면 얼굴뿐일까

눈도 고쳐 써야지

의술이 뛰어나다

소문 자자한 안과에서

공양미

삼백석 값에

노안 수술받았다


번쩍!

심봉사 눈뜨듯

세상 훤히 보이겠지?

웬걸, 뿌옇게 빛 번져

글자가 아른아른

시 한 편

끄적이기도

시집 한 권 읽기 어렵다

눈알은 바꿀 수 없고

어쩌나, 한숨 푹 쉬며

밤하늘 올려볼 때

어, 저건? 별! 별이 보이네

시 대신

별을 얻다니…

그래, 뭘 더 바랄까?




서울 유명하다는 안과를 찾아가 노안老眼 수술을 했다. 중학교 때부터 거의 40년 넘도록 안경을 쓰고 살았다. 이제 남은 생은 안경 없이 살아보자 싶었다. 더 늙어지면 요양원이나 병원 신세 지지 말란 법 없지. 그때 안경을 못 찾아 헤맬지 모른다. 나중 생각해서 하루라도 더 젊은 날 수술하자 마음먹었다. 남들은 젊어 보이려 성형수술로 얼굴도 고치는데 눈도 고쳐 써야지. 내 나름 노후대책인 셈이다.

그런데 웬걸? 세상이 번쩍! 환해질 줄 알았는데, 글자는 춤추듯 아른아른, 빛은 번져 몽롱하다. '공양미 삼백석' 값(?)을 치렀건만, 시 한 편 읽기도, 끄적이기도 힘들다니,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숨 푹, 내쉬며 밤하늘 올려다본 순간, "어, 저건? 별! 별이 보이네.” 예전엔 그냥 까만 하늘이었는데, 별빛이 선명하게 반짝인다. 몇십 년 살면서도 못 봤던 별들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밤하늘 별을 읽게 된 것이다.


시 대신 별을 보다니 "그럼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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