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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들어갑니다

- 가을 산

by 노영임


불 들어갑니다

- 가을 산


지금

불 들어갑니다

가을 산은 다비식 중

마지막 한 잎까지

뜨겁게 활활 타올라

단단히

씨방 여물 듯

사리로 남은 그리움 몇 과





“스님, 불 들어갑니다.”*

그 한마디에 일제히 숨죽인다. 장작에 스며든 불씨는 금세 타올라 푸른 불꽃과 붉은 불길이 함께 솟는다. 다비식 장면이다. 불길에 휩싸인 듯 붉게 물든 가을 산보며 문득 스님의 다비식을 떠올린다.

다비식. 죽음에 따른 장례 절차다. 활활 타오르는 가을산의 모습은 숙연하기까지 하다. 불길 속에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남는 것의 전부가 허무만은 아닐 것이다. 다비 후에 남는 것은 사리다. 그리고 계절은 단단히 여문 씨앗을 떨군다.

삶이 남긴 가장 깊은 흔적으로 잊혀지지 않고 여전히 기억되는 것은 ‘그리움’ 아닐까?

가을이다. 깊은 생각에 잠긴 스님처럼 뒷짐 진 채 걸어 보자.


"인생이란 무엇이고,

사람은 무엇을 남기는가?"


*『스님, 불 들어갑니다』(임윤수 저)에서 인용 -열반에 들었던 17명의 큰스님 다비식 현장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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