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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영임 Oct 06. 2024

퇴직하면 뭐 하지? 개똥철학 중…

 #퇴직 #미래 #불안 #놀기 #일 #하면 된다 #기준

뭐 하고 살지?
 


"에이~ 아직 멀었는데…." 여유로웠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퇴직이 2년이나 남았다. 언젠가는 닥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잖아.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그렇게 해를 넘기고 딱, 1월 1일 새해 첫날이 되자 "어? 내년이네." 떡하니 버티고 선 벽에 코 끝이 닿을 듯 말 듯 마주한 기분이다. '이제 뭐 하지?' 내일모레가 시험인데 머릿속에 든 건 하나 없는 그런 기분이다.





스님들 하안거(夏安居) 들듯 나는 개똥철학 중

내 나이 60 넘어 환갑 되고, 퇴직이 코 앞이니 20대에 그랬듯 다시 심오한 개똥철학이다. 골방 틀어박혀 개똥철학했던 20대 그 시절에는 "왜 태어났지?", "나는 누구지?", "산다는 게 뭘까?" 온통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해댔다. 퇴직 1년 앞둔 지금은 은퇴 후 대략 3~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데 “뭐 하며 살까?” 진로를 고민 중이다. 우리 중학생들처럼 '진로적성검사'라도 해야 하나보다.

20대는 인생 전체를 놓고 고민했다면 60대는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방법을 찾는 것이다. 20대가 형이상학적이라면 60대는 형이하학적이다. 20대 젊은 날에는 무모한 도전이 더 아름답지 않았는가? 그런데 60대의 무모함이란 주책이다. 주책.


'하면 된다'라고 배웠다.

국민학교 때부터 교실 전면 칠판 위에는  <하면 된다> 구호가 줄기차게 걸려 있었다. 그렇게 보고 자랐다. 무조건 하면 된다. 안 된 것은 노력하지 않은 내 탓이라고…. 2002년 올림픽 때부터 <꿈은 이루어진다>로 좀 더 세련되어지긴 했지만 내 인생을 좌우한 명언 중에 이보다 더한 것은 없었다. 이젠 아니다. '할 수 있을까?' 몸과 마음, 그리고 처한 상황 등 한계를 파악한 후에 시도해 볼 것만 추려야 한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로 좌우명을 바꾸겠다.

'제2의 인생'은 들어봤어도 '제3의 인생'이란 말은 못 들어봤다. 벼농사도 아니고 3모작까지 바라지 않는다. 이제 한번 남은 인생이다. 멋있게 한방 날리자는 게 아니다. 제대로 살아보자는 것이다. 나답게, 나에게 맞게….


 맨땅에 '헤딩'하라고?


불안이 현대인들의 디폴트(기본값)라고 한다.

불확실한 내일에 대하여 불안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지금까지는 근무지인 학교가 바뀌고, 직위에 따라 교사, 교감, 교장 역할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동안은 어제 산 것처럼 오늘을 살면 되었고, 내일도 그렇게 살면 다. 학교에서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일 뿐이다.

퇴직 이후는 학교 밖이다. 하루하루 내가 만들어가는 날이다. 100세 시대니, 120세 시대니 한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살아온 날만큼 많아질까 걱정이다. 돈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 고민이다. 살아보지 않은 날들에 대한 우려다. 졸업식날 졸업생들에게 했던 축사가 생각난다.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 지금 더 큰 바다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입니다. 이제 스로 헤쳐 나가야 합니다.” 말이 학생들을 얼마나 주눅 들게 했을까? 맨땅에 헤딩하라는 거였네.


‘뭘 할까?’ 고민하는 나에게 걱정도 팔자란다. 

"연금도 받잖아. 그런데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거야?" 혀를 찬다. “일이 지긋지긋하지도 않아?” 일 중독자 취급이다. "엄마! 그동안 고생했잖아요. 이젠 놀아요. 놀아." 아이들도 잔소리다. 먹고살만하면 일을 안 해도 된다는 건가? 그동안 고생했으면 놀아도 된다는 건가? 그렇게 치자면 고생 안 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속으로 구시렁거린다. 그렇지만 나도 "일·일·일· 지긋지긋해. 아~ 제발 쉬고 싶다." 노래하듯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일에 집착하는 걸까? 놀아도 된다는 데 왜 불안할까?


"하는 일도 없이 놀고먹네" 이  때문 아닐까

놀고먹는 동네 백수들에게 어른들이 "끌끌" 혀를 차며 하는 소리였다. 능력이 있을지 모르나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주변 사람에게 민폐나 끼치는 존재라는 이다.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왜곡(?)된 인식 때문인지 모른다. 일을 안 한다는 것은 사회의 일익을 담당하지 않는 즉, 소용가치가 없다고 치부되는 것은 아닌가? 자연스레 사회에서 도태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내가 '일하고 싶다'는 것은 어디 끈이라도 잡고 사회 일원으로 매달려 있고 싶은 거다.


퇴직한 이후도 살아가는 날들의 연장선이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놀라. 그래 2:8법칙이다. 지금까지는 일이 80%를 차지하고 쉼이 20%였다면 이제 그 반대로 일은 20%, 쉼을 80% 하면 어떨까? 1주일 중 3일쯤, 보통 근무시간의 절반인 4시간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저도 아닌 최! 최! 최저 시급이라도 고귀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싶다.

이미 퇴직하신 선배님들은 지금 내 푸념이 얼마나 가소로울까? "뭘 몰라서 그렇지. 계획은 무슨 계획, 그딴 것 다 소용없어. 놀기도 바빠. 백수가 과로사할 정도라니까" 그렇지만 사람마다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은 다 제각각이지 않는가. 나만 뭐 뾰족한 수가 있을까? 단연코 없다. 그래도 "어디,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응원해 주길 바란다.





내가 중심이 되어 외쳐본다. "기준!"  

그래,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보는 거야. 오른팔 번쩍! 쳐들어 소리 높여 외쳐보는 거야. 나를 중심으로 생각들이 좌우정렬하겠지. 살아오면서 해보고 싶었던 것은 뭘까? 그동안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미뤄둔 것은 뭐지? 무엇을 할 때 기분 좋았지? 누구랑 함께 있을 때 시간이 빨리 갔지? 혼자만 있고 싶을 때는 언제지?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은 뭐지? 아니면 날 기죽이던 콤플랙스는 뭐지? 살아오면서 상처로 남아 옹이 진 것은 뭐가 있지? 물음표 '?'가 빨래집게처럼 머리에 주렁주렁 매달린다. 금부터 이 의문부호(?)를 풀어나가는 것이 나의 미션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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