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fulness = bodyfulness
심신단련의 주요 키워드는 영성과 양생이었다. 육체의 건강을 중진하고 마음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했다.
| 고대운동 - 원형적 움직임
고대운동은 말 그대로 고대에 인간이 생존을 위해 했던 수렵, 채집, 전투 같은 원형적 움직임과 도구를 기반으로 하는 운동이다. 원래 나는 ‘목표치’가 확실하고 '혼자서'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이를 테면 정상을 위한 등산, 마라톤을 위한 달리기, 완보를 위한 바래길 걷기. 그룹 PT나 팀스포츠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오롯이 내 호흡과 페이스에만 집중하다 보면 머리가 비워지고,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순간을 좋아했다. 앞사람, 옆사람을 한 명씩 제치고 나아가는 순간에는 짜릿한 성취감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운동은 지금까지의 운동과는 완전히 달랐다. 정해진 목표치도 없고, 무엇보다 여럿이서 함께 한다. 방망이 무게를 높이는 데에 중점이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든 이유를 묻는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고대운동은인류 원형적 움직임을 깨우고, 내재된 리듬감을 되찾는 운동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설명이 굉장히 낯설고 이질적이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이해가 됐다. 예를 들어 헬스를 할 때는 항상 눈을 부릅뜨게 된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몸과 자세를 살피기 위함이다. 그에 반해 방망이(페르시안밀)를 돌릴 때는 오히려 눈을 감게 된다. 붐-붐- 사이키델릭 한 음악에 몸을 맡긴다. 박자에 맞춰 리듬을 타다 보면 애쓰지 않아도 진자 운동이 일어나고, 자연스레 몸과 방망이가 움직인다. 동그란 원을 만들고, 옆사람과 발맞춰서 오른쪽, 왼쪽으로 강강술래 하듯 돈다. 그러다 보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이른바 명상 상태 이른다. 말 그대로 무아지경이 된다. 운동이라기보단 춤, 제의 같다.
다음으로, 고대운동은 산업화되지 않은 운동이다. 이 말인 즉, 분절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허리디스크가 있는 나는 언젠가부터 허리에 무리가 되는 스쿼트나 무거운 무게를 드는 운동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고대운동은 허리에 무리가 없었다. 어느 수업날 방망이(페르시안밀)를 돌리다가 나는 방덕님에게 물었다. "이건 대체 어디에 좋아요?" 특정 부분을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복근 운동, 하체 운동 등 부위별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척추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이다. 츄파츕스 같이 생긴 메이스벨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절대 팔힘은 쓰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진자 운동과 전진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시선'이다. 시선이 움직이면 발바닥 아치까지 움직여야 한다. 머리, 어깨, 골반, 아치, 시선으로 연결되는 전일적 감각을 느낌으로써 전일성을 회복한다.
처음에는 메이스벨 4kg도 끙끙거렸는데 이제는 18kg는 거뜬히 돌리고 있다. 이것이 고대 전사의 힘인가. 어느새 게으른 고인 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무럭무럭 솟아나고 있다.
참고) 소마앤바디
| 수영/달리기 - 움직임 명상
이사한 이후 집 앞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대학교 때 수영 수업 이후 근 10년 만이었다. 아침 샤워한다는 마음으로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다 집 책장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쓴 일기장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매일 수영을 1500-2000m씩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시 수영 대회를 준비하던 때라지만, 굳이 자랑하듯 적어둔 “그치만 별로 안 힘들었다”라는 문장을 보고 짜증이 났다. '아니 20년 뒤의 나는 고작 5바퀴 돌고 숨을 헉헉대고 있는데..!' 과거의 어린 나에게 경쟁심이 불타올랐다. 그날부터 500m를 시작으로 600m, 800m, 900m 조금씩 목표치를 늘려갔다. 처음에는 승부욕에 매몰된 나머지 빠르게 치고 나갈 생각만 했다. 그러다 보면 몇 바퀴 지나지 않아 금세 지쳤다. ‘대체 예전에는 어떻게 했던 거지..’ 답답한 마음에 조급해졌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대신 온몸을 감싸는 물의 흐름을 느끼며 호흡하는 데에 집중했다. 규칙적인 호흡과 물의 흐름에 집중하다 보면 크게 무리하지 않고도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일종의 움직임 명상이다. 어느새 1000m는 거뜬해졌다.
다만 명상도 습관인지라 몸에 베이면 안 하고는 못 베기는 반면, 흐름이 끊기면 다시 되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작심삼일 대신 작심삼월 마냥, 상반기 3개월은 아침 수영 하반기 3개월은 저녁 달리기로 날마다의 일상을 지지했다.
| 태극권 - 대지의 힘
한여름날 종로 한복판에서 만난 첫 태극권. 힘은 졸력(拙力)과 경력((勁力)으로 구분된다. 졸력은 일반적인 근육을 사용하는 힘이다. 태극권에서 이는 쓸데없는 힘, 아무리 애써도 효과를 내지 못하는 힘으로 본다. 반면 경력은 단련을 통해 얻는 힘이다. 이를 위해서는 졸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힘을 빼는 것 즉, '이완'이 핵심이다. 대신 중력을 이용한다. 상대방의 힘이 내 몸을 통과해 땅으로 흘러버린다. 부동의 힘 즉, 지구의 힘이다. (결론은 언젠가는 해보고 싶지만 아직 내게는 너무 어려워..)
| 주역
접근 장벽을 너무 높아 엄두도 나지 않았던 주역을 드디어 배웠다. 사실 이전에 혼자 책도 사서 읽어 봤지만 당최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매번 ‘배우고 싶다’에 그치고 말았는데, 이화서원 빛살샘 덕분에 물고를 텄다. 빛살샘은 이제는 주역이 신비의 영역에서 벗어나 일상의 영역, 일반 상식의 선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취급당했던 주역이 현대물리학에 들어와서는 오히려 과학성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다. 주역의 64괘는 그 자체로 대서사시다. 수천수만 년의 기간 동안 반복된 경험 속에서 규칙을 발견하고, 우주의 질서를 ‘코드화’ 한 것이다. 세계의 복잡함을 추상화하고 기호로 단순화하다니. 주역은 수천수만 년의 시간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자 통로인 셈이다. 빛살샘은 ‘접속’을 돕는 역할을 자처한다. 중요한 것은 주역을 ‘놀이’처럼 즐겁게 대하는 마음이다.
주역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신비, 점술은커녕 이보다 더 과학적, 수학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프랙탈 구조처럼 상경과 하경, 앞뒤의 괘, 상하의 효, 각 효까지 모두 음양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경의 끝은 다시 상경의 첫 번째 괘인 건(乾)으로 이어지는 것까지 완벽하다. 게다가 효의 음과 양은 컴퓨터의 이진법을 떠올리게 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실제로 이진법을 고안한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는 주역 <팔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진법은 이후 컴퓨터의 원리가 되었으니, 지금의 디지털 혁명의 기원에는 주역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것은 수학적으로 진행된다. 만약 누군가가 사물들의 내부를 볼 수 있는 충분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면, 그리고 더욱이 모든 상황을 생각하고 그것들을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기억력과 지식을 가진다면, 그는 예언가가 되고 거울에서처럼 현재에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는 라이프니츠의 말에서 주역이 떠오른다. 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 역시 주역이 양자역학의 원조라고 했다. (오죽하면 노벨상을 수상하는 자리에 팔괘도가 그려진 옷을 입고 나갔다고 한다) 이 외에도 칼 융, 아인슈타인, 헤르만헤세도 주역을 공부했다. 동양의 영향을 받은 서양의 사상을 습득하고 소비하는 동양 현실. 놀라우면서도 아이러니하다.
이틀을 꽉꽉 채운 하경 수업을 마친 후, 후기를 적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문장도 쓸 수 없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림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형체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저 뭔가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이었다. 주역 하경은 인간 삶의 무질서를 담아낸 이야기였지만 전혀 폭력적이지 않았다. 음에서 양으로 다시 양에서 음으로 끊임없이 생성, 순환하는 변화 자체였다. 고심 끝에 노란색 색연필을 집어 들었다. 중심도 변방도 아닌, 명확한 구분도 없고, 절대적 선악도 없는, 다만 따뜻한 빛을 상상하며 최대한 선이 보이지 않게끔 색칠했다. 그리고 하단에는 내 이름이자 좋아하는 한자인 愛로 마무리했다. 모든 것을 품어내는 주역은 결국 사랑이랄까.
| 소리 명상 - 보이스 힐링 워크숍
일본에서 온 재일지구인 피카레의 워크숍에 참여했다. 보이스 힐링이란 말 그대로 자신의 목소리로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소리를 내서 몸 안의 물을 울리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두 개의 용기( 몸통과 머리)가 있다. 어떤 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울리는 통이 달라진다. "아-"하면 몸통이 진동하고, "워-"는하면 머리가 진동한다. 참가자들은 둥글게 앉아서 피카레의 고목나무 동굴(?) 같은 목소리를 따라 "아-" 하고 소리를 냈다. 몸 안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의 뇌와 영혼은 서로 다툰다. 뇌는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만 영혼은 성장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때 소리를 통한 진동은 뇌를 변화시킨다. 뇌가 트랜스 상태가 되면서 자연 치유 효과가 발생한다. 함께 공명한다. 결과적으로 뇌가 영혼의 일을 지지하게 된다. 현대인은 보이스힐링 방법을 잊어버렸지만, 야생의 비인간 동물들은 매일 소리 명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소리의 치유효과를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예컨대 우리는 아플 때 혹은 울 때 저절로 소리를 낸다. 산에 올라가면 "야호!"하고 메아리를 외치고, 답답할 때 바다에 가서 소리를 친다.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아픔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소리의 야생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호흡 명상 - AHA힐링센터요가원
보통 요가원들은 인도자 뒤에 거울이 깔려있는데, 이곳에는 거울이 없었다. 거울을 앞에 두면 집중력이 흩어지고 내 몸만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부로 집중이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마치 인도의 아쉬람에 온듯한 인테리어에 선 감탄하면서 시작했다. 소함님은 숨은 반드시 코로 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 저항감이 더 있지만 그만큼 더 깊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구강 호흡은 최대한 지양하는 것이 좋다. 입에는 침이 있어야 하는데 구강 호흡은 입을 마르게 한다. (평소 구강 호흡을 많이 하는 나로서는 아차 싶었던 부분) 호흡은 속 근육을 쓰는 것이다. 아무리 겉으로는 근육질로 보여도 속 근육이 말랑한 사람은 숨이 가빠질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또한 장과 뇌는 연결되어 있다. 방부제가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가스가 많이 찬다. 가스는 횡격막의 움직임, 호흡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음식 복용 후 명상하려면 잡생각만 나는 이유다. 가장 이상적인 식사는 위의 2/4는 고체, 1/4은 액체, 1/4 기체의 상태로 두는 것이다. (과식과 야식은 정말 지양해야겠다) PS. 주중에 식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주말에 호흡 명상 2시간 하는 것은 의미 없다.
사실 몸은 운동을 하면 될 것 같은데 마음은 어떻게 단련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마음이 무너지자 몸이 무너졌다.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몸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마음이 답답해지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 달렸다. 숨이 차오를 때까지 달리다 보면 마음이 다시금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음은 몸을 지배할 수 있고 몸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 심신은 연결되어 있다. <내면소통> 저자 김주환 선생님의 말마따나 "감정은 마음이나 생각이 아닌 몸과 행위의 문제, 일종의 몸의 움직임"이다. 전신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