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연말회고] 프롤로그
한동안 나는 지나치게 현실과 현상 위주였다. 현재에 발 딛고 서는 일은 중요하지만 가만히 서 있다가는 고일 뿐이었다. 다시 서울에 올라오고 도시의 문법을 최대한 빨아들이기 위해 촉수를 곤두세웠다. 하지만 변화도 가속화되어 가는 시대였다. 적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미 변화의 속도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 어느 순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흐름을 붙잡기 위해 애쓰는 일이 더 이상 중요치 않게 느껴졌다. 불가능을 좇으면서 조급해지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나의 자원(시간과 에너지)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말은 즉 핵심 변수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핵심 변수를 찾아야 한다. 한 발 한 발 차근차근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안내 지표가 필요했다. 내가 가진 나만의 에센스를 발견하고 단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꼈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음 방향을 가리키는 안내판을 만드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기로 했다. 발산 대신 수렴하기로 했다. 생업은 줄이더라도 '나만의 북극성'을 설정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내가 문제라고 느끼는 현상을 먼저 파악하고,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올해를 대하는 사자성어를 심신단련으로 정한 이유다.
그 후 한 해를 돌아보니 2023년의 화두는 '고대 원형성'이었다.
작년에는 구체적인 수익금액 목표로 했다면, 올해는 구체적인 세계관을 목표로 했다.
작년에는 하염없이 트렌드를 좇기 위해 내달렸다면, 올해는 시간을 거슬러 고대로 역행했다.
고대 움직임, 고대 철학, 고대 축제, 고대 문명을 들여다보며 심신을 단련했다.
파고 파고 들어가 보니 결국은 땅이었다. 현상에만 매몰된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영성이라는 알아차림이었다. 하늘 대신 대지를 바라보는 겸허함이 필요하다. 버섯인간이 되겠다는 선언으로 이어진다.
1. 심신단련의 진짜 의미: mindfulness = bodyfulness
신(身) : 고대운동, 태극권, 수영/달리기
심(心) : 주역, 소리 명상, 호흡 명상
수라 갯벌을 위한 천도제: 새만금 장승제
지구 공동체를 위한 굿판: 해남 대동굿
곳곳에서 만난 굿적사고: 책, 공간, 영화
전목적적 화폐 이후의 상상: 연대경제
동네 커뮤니티의 화폐 실험: 유어보틀위크
경계인: 대한민국 인구포럼
자유인: 경계를 분해하는 버섯인간
세계감(感): 기후위기 시대를 감각하다
세계관(觀): 새로운 북극성을 설정하다
세계상(像): 커뮤니티3.0을 상상하다
무(巫): 무교, 마고, 마녀
망(网): WWW x WWW, Weaving
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