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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May 09. 2019

55. 회사에 계속 다녔더라면.

<회사에 계속 다녔더라면.>


회사동기들, 선후배들이 가끔 카페에 놀러 온다. 그것도 이야기 주머니를 주렁주렁 달고선. 처음에는 이러한 방문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회사가 싫어서 뛰쳐나간 사람이다. 퇴사 후에도 회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웃으며 인사하기가 참 어렵다. 반면으로는 퇴사한 나를 찾아와 줄 만큼 '내가 사회생활을 참 잘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우선 회사 사람들이 카페를 가끔 혹은 자주 찾아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카페가 회사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그들에게는 회사라는 테두리 밖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적합한 인물이었다. 나는 그들과 같은 조직에 몸담고 있었으니, 누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고충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현재 회사 밖에 있다. 그들에게 나는 회사 밖의 제삼자로서 어떠한 영향력도 없음을, 평가와 승진을 위한 경쟁자가 아님을 은연중에 알고 있다.


오늘은 회사 사람들이 팀 후배 이야기를 물고 왔다. 후배는 참 싹싹하고, 일을 열심히 잘했다. 사람이 참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 후배는 내가 나가고 나서, 내 뒷자리를 잘 메꾸고 있다고 한다. 팀에 신규직원, 인턴들도 들어와서 활기가 넘친단다. 이번에는 미국에 이어서 포르투갈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국내외 유명인사들을 만나며 다음 사업 이야기를 논의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작년 연말에는 열심히 일 한 공로를 인정받아 평가도 잘 받고, 상도 받고, 상금도 받았단다. 후배가 하는 사업이 TV, 신문 등 매체를 통해 눈에 들어온다. 후배는 이제 점차 회사에서 어엿한 선배로서 자리 잡고 있다. 바쁘고, 힘들고, 짜증 나는 업무 속에서도 힘차게 살아나가고 있다. 업무를 보고, 회의를 하고, 출장을 가고, 회식도 하고, 곧 승진도 할 테지. 후배가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멋지다. 

그런데 뭘까. 이 공허함. 슬픔. 외로움. 고독함. 허탈함. 분노. 두려움. 

나도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나도 회사에 계속 다녔더라면. 


혼자서 고요하게 침전하고 있을때, 

카페에서 신나면서 조금은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그래 나를 믿자
그 믿음으로 살자
그 믿음이 세상 너를 울게 하여도
그래 나는 웃자
그 웃음으로 살자
- 그래 나를 믿자(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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