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체육 준비물 가져오고 반납하는 직업 해도 되나요?”
딱 봐도 체육을 좋아할 것 같은 학생이 말합니다.
“그럼~ 잘 부탁해.“
스스로 필요한 일을 생각해내고 직업을 얻는 아이들, 참 사랑스럽습니다.
‘체육자료배달부’ 학생은 매일 다가와 신체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 놀이터 가도 되나요?“
“점심 시간에 운동장에서 놀 수 있나요?”
“제가 생각해 봤는데, 화, 목요일마다 이런이런~ 신체 활동을 하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체육을 좋아하면 머릿속이 체육으로 가득 차 있을까요?
드디어 첫 체육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체육자료배달부 학생들이 먼저 다가와서 묻습니다.
”공이랑 접시콘 가져오면 되나요?“
주간학습계획을 보고 필요한 준비물을 미리 파악하여 준비하는 아이들.
저는 대견해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 그런데 체육자료실이 어딘가요?”
“어??”
그러고보니 이 학생, 3월에 전학왔습니다.
저는 속으로 웃음이 터져버렸습니다.
체육자료실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담당 직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내가 알아, 가자 가자.”
다른 체육자료배달부 학생이 손짓하며 전학생을 안내합니다.
체육이 얼마나 좋으면!
체육이 끝나고 자료 반납도 완벽하게 하는 아이들.
앞으로 체육 시간 준비는 걱정 없겠습니다.
체육을 좋아하는 남학생 3인방이
쉬는 시간에 자꾸 몸 놀이를 합니다.
서로 로우킥을 하다가 한 명이 넘어지기도 합니다.
서로 때리는 장난은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그랬더니 심심하다며 물에 빠진 생쥐마냥 풀이 죽어 있는 아이들. 마음이 쓰입니다.
3인방을 불러 물었습니다.
”행사진행부 해볼래?
토너먼트 대회를 열어서 진행하는 거야.
종목도 너희가 정하고.“
”좋아요!“
3인방은 쉬는 시간마다 모여 종목을 의논하더니 저에게 와서 말합니다.
“림보 대회를 열어도 될까요?”
“그럼~”
“체육자료실에서 림보 도구 가져와도 되나요?”
“그런 게 있었어?”
아이들이 부리나케 림보 도구를 가져와 설치합니다.
순식간에 교실이 올림픽 경기장이 되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림보 근처에 아이들이 우글우글 모여 연습을 하고 구경을 합니다.
3인방도 신이 났습니다.
세금 200별을 행사진행비로 사용하여
1,2,3등에게는 상품을 주기로 했습니다.
3인방은 교실에서 파는 상품 목록을 보며 진지하게 회의를 합니다.
“와, 1등 숙제면제권(100별) 준대.”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입니다.
교실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튿날, 림보 도구가 철거되었습니다.
어라??
대회가 끝났다고 합니다.
벌써??
보통 한 행사를 진행하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이번 행사진행부 아이들은 쉼 없이 진행해서
순식간에 끝내버렸습니다.
역대급 속도, 역대급 에너지입니다.
“선생님, 또 행사 진행해도 되나요?”
“그래,
작년 아이들이 물려 준 세금이 있어서
행사를 하나 더 진행할 수 있겠다.“
”선생님, 다음 행사는 손바닥 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 쉬는 시간마다 손바닥 치기 놀이가 성행입니다.
손바닥 치기는 신체 접촉이 있어 남녀 따로 토너먼트를 진행했습니다.
이틀 후, 아이들이 조용해서 물었습니다.
”행사진행부, 대회 진행하고 있나요?“
”이미 끝났습니다!“
와,
작년까지는 세금을 걷는 2주마다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올해는 더 자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며칠 후, 행사진행부 학생 한 명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가진 별 다 기부해도 되나요?”
“선생님, 저도 기부할래요.”
“저도요!”
세금이 생각보다 더 빨리 모였습니다.
항상 예상과는 다른 아이들.
저는 올해도 아이들의 속도를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내일부터 또 새로운 행사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