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의 환희

고진감래

by 애린 이종희

명자의 환희-이종희



빛을 삼키던 초록의 맥박이 끊기고

부풀던 기대가 일순 시들었지


위로 뻗어가던 잔가지가

차가운 가위질에 툭, 툭 잘려 나갈 땐

비명 대신 침묵이 고통을 줄이곤 했지


한 줌 흙밖에 허락되지 않은 얕고 좁은 방은

뒤틀린 생각을 웅크리기엔 충분했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건조한 계절이

온몸을 옭아매지만

그때는 생각을 멈춘 채

시간이 순간으로 증발하기를 바랄 수밖에


사람들이

예술이라 부르며 전지를 한다면

눈치의 속도를

급하게 올려야 할 것 같아


참 이상하지?

철사가 파고든 살점 위로

굳은살이 겹겹이 내려앉던 밤들은

무기력한 잠이 유일한 도피처 같아도


이제 막 벙근 주홍빛 꽃망울이

아래로 꺾인 햇살을 팡! 터뜨리거든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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