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
빛을 삼키던 초록의 맥박이 끊기고
부풀던 기대가 일순 시들었지
위로 뻗어가던 잔가지가
차가운 가위질에 툭, 툭 잘려 나갈 땐
비명 대신 침묵이 고통을 줄이곤 했지
한 줌 흙밖에 허락되지 않은 얕고 좁은 방은
뒤틀린 생각을 웅크리기엔 충분했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건조한 계절이
온몸을 옭아매지만
그때는 생각을 멈춘 채
시간이 순간으로 증발하기를 바랄 수밖에
사람들이
예술이라 부르며 전지를 한다면
눈치의 속도를
급하게 올려야 할 것 같아
참 이상하지?
철사가 파고든 살점 위로
굳은살이 겹겹이 내려앉던 밤들은
무기력한 잠이 유일한 도피처 같아도
이제 막 벙근 주홍빛 꽃망울이
아래로 꺾인 햇살을 팡! 터뜨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