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담쟁이에게

詩의 뜰-12

by 이종희

담쟁이에게

-이종희


네가 가고 싶지 않은 반듯한 벽

내가 포기하는 것은 용기고


네가 가고 싶은 비포장 도로

내가 허락하는 것도 용기다


내가 받은 만큼의 크기로

네게 준 사랑이 얼마나 초라한 지

아는 까닭에 아프고

그 받은 사랑의 크기보다

네 사랑 푸르러서 안심이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세상이

높은 담으로 뒷걸음치게 해도

내가 다시 가다듬은 줄기로

세상은 열리고 밝았다


가고 싶은 길 마음껏 내딛고

만지고 싶은 세상 마음껏 품으렴


그저 오는 햇살이 없다는 건

얼마나 공평한 평정이더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달빛 닮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