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뜰-12
담쟁이에게
-이종희
네가 가고 싶지 않은 반듯한 벽
내가 포기하는 것은 용기고
네가 가고 싶은 비포장 도로
내가 허락하는 것도 용기다
내가 받은 만큼의 크기로
네게 준 사랑이 얼마나 초라한 지
아는 까닭에 아프고
그 받은 사랑의 크기보다
네 사랑 푸르러서 안심이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세상이
높은 담으로 뒷걸음치게 해도
내가 다시 가다듬은 줄기로
세상은 열리고 밝았다
가고 싶은 길 마음껏 내딛고
만지고 싶은 세상 마음껏 품으렴
그저 오는 햇살이 없다는 건
얼마나 공평한 평정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