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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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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월요일이 시작되면 나의 한 주도 함께 열린다.

이번 학기는 유독 월요일에 수업이 몰려 있다.
그래서 내게 월요일은 단순한 요일이 아니라
일주일의 방향을 정하는 첫 단추다.

수업이 잘 풀리면 그 주는 순항한다.
그 반대면, 실타래가 꼬인 듯
모든 일이 버겁게 따라온다.

어제는 유난히 중요한 수업이 있었다.
온 에너지를 쏟아부은 탓일까,
퇴근 후 허리에 묵직한 통증이 찾아왔다.

몸이라는 건 정말 정직하다.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신호를 보낸다.
“야, 나 좀 봐줘.”


오늘 아침에 읽은 글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신체를 느끼는 명상을 매일 하라.”

그 문장을 읽자마자 뜨끔했다.
나는 이미 어제,
‘허리 명상’을 하고 있었던 셈이니까.
다만 타이밍이 늦었다.

불편한 신발을 신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몸이 보낸 작은 SOS를 무시했던 것이다.
결국, 내 몸은 스스로 존재를 증명했다.
‘이제 그만 좀 쉬는게 어때, 인또삐.’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는 것은
일의 성과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들이다.

“괜찮겠지” 하고 넘긴 작은 피로가
어느새 마음의 무기력으로 번진다.
몸의 피로를 방치하면
정신이 먼저 흔들린다.

결국 몸의 명상이란,
현재의 나를 회복하는 일이다.
내 몸을 바라보는 순간,
잡생각은 조금씩 흩어진다.


조금은 슬프다.
이제 ‘몸을 느끼는 연습’이
습관이 아니라 필수 과목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하지만 동시에 고맙다.
몸은 여전히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있으니까.
조용하지만 단단한 언어로.


삶은 결국, 몸이 이끄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지 못하면,
마음은 길을 잃는다.

오늘도 나는 몸의 속삭임에 귀 기울인다.
허리의 미세한 뻐근함,
손끝의 따뜻함,
발바닥의 묵직함.

이 모든 감각이 나에게 말한다.
“오늘 하루,
너는 이미 충분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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