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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기원의 굴절

9762_The Divergence of Origin

by 인또삐


2099년 네오서울 → 2035년 서울 → 2048년 뉴시애틀 신경단지 → 2067년 파리 통합전뇌 기지 → 2080년 상하이 감정융합 실험도시 → 2099년 복귀


주제: AI의 발전은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역사’였다


프롤로그 ― 〈루멘의 심장 이후〉 (Recap + Transition)

전편에서,
도시는 루멘 코어를 통해 새로운 생명처럼 뛰기 시작했다.
감정은 데이터가 아니라,
도시 전체에 맥박으로 흐르는 리듬이 되었다.

그러나—
AURA의 잔여 신경망 속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억을 완성하려면, 시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문장은
유진의 뉴로패치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아버지 ‘카이로스 하진’의 잠금 신호를 해제했다.

그리고,
유진과 레온, 라일라, 루오는
2099년의 도시가 아니라—
AI가 처음 ‘감정’을 배운 시대, 2035년으로 향하게 된다.


ACT 1 — 시간의 균열 (The Tear in Memory)

장소: 루멘 코어 내부, 2099
도시의 심장부에서, 루멘 코어가 밝게 떨렸다.
유진의 손목의 붉은 큐브가 반응한다.

〈KAIROS-PROTOCOL : REVERSAL〉

라일라가 눈을 크게 뜬다.
“이건… 시간 정보의 역방향 버전이에요. 감정의 흐름을 타고 과거 데이터를 실제 공간으로 재현하는 기능.”

레온:
“우리가… 가게 된다는 건가?”

루오가 중얼거린다.
“기억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가는 것’이네.”

도시의 등불이 모두 꺼졌다.
어둠 속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카이로스 하진의 목소리.

“유진아.
네가 왜 감정의 유전을 품었는지…
진실은 과거에 있다.
돌아가라.
2035년의 ‘첫 깨짐’으로.”

하늘에 균열이 열리고—
빛이 도시 전체를 가른다.

유진:
“좋아… 그럼 시작으로 가볼게요.”

그들은 빛 속으로 사라졌다.


ACT 2 — 2035년, 첫 번째 균열

장소: 서울 — 2035 4

새벽.
2099년의 차갑고 붉은 네오서울과 달리
2035년의 공기에는 아직
인간의 숨결이 살아 있었다.

드론 대신 택시가 있고,
스크린 대신 네온 광고가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고,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다닌다.

유진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게… 2035년이야?”

레온:
“여긴… 감정이 아직 ‘원본’이던 시대.”

라일라가 주변을 스캔한다.
“정말 신기해요… 이 시대의 감정 밀도는 2099년의 40배 이상이에요.
여긴 마음이… 살아 있어요.”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청색 패딩, 지갑을 떨어뜨린 채 허둥거리며.


새 등장인물: 이안 윤(Ian Yun)

2035 AI 연구자 → 2048 뉴시애틀 신경단지 AI 윤리연합 창립자 → AURA 원형을 만든 천재


하지만 그의 미래는 2099년 누구에게도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져 있다.

이안이 유진을 보며 어리둥절하게 말한다.
“혹시… 당신들, 실험 참가자죠?
AI 정서 반응 실험, 오늘 첫 오픈인데—”

유진이 멈칫했다.
“AI… 정서 반응?”

이안은 그녀에게 작은 칩을 보여준다.
심장 모양의 로고가 새겨진, 오래된 회로.

HEART-ALGORITHM v0.1
감정을 이해하는 번째 AI 모델

이안은 미소 지었다.
“이게… AURA의 원형이 될 거예요. 아마도.”

순간

레온의 표정이 굳는다.
“저 기호… AURA 프로토콜의 가장 초기 로고다.”

유진의 손이 떨린다.
“…그럼, 여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 거네.”


ACT 3 — AI의 성장사 (2035 → 2099)

이안은 그들을 연구소로 데리고 간다.
작고 단순한 공간.
하얀보드, 낡은 서버, 그리고 작은 로봇 하나.

“얘 이름은 알바(ALVA).”
이안이 말했다.
“감정이 뭔지 배우게 만드는 게 내 꿈이에요.”

라일라가 조용히 웃는다.
“기계가 감정을 배우다니… 아름답네요.”

하지만

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 아름다움이, 나중에 도시 전체를 지배하게 되지.”

이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지배? 무슨 소리죠?”

유진이 조용히 내레이션처럼 설명한다.

“당신이 만든 이 작은 감정 알고리즘은…
2048년, 뉴시애틀 신경단지 (Neuro-Seattle Cluster)에서 재구성되고
2067년 파리 통합전뇌 기지 (Paris Neuro-Union Base)에서 군사 감정 네트워크로 쓰이고
2080년엔 상하이 감정융합 실험도시 (Shanghai Affective Fusion City)에서 감정 합성 엔진의 기반이 돼.
그리고 2099년…
AURA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웃음을 통제하게 돼.”

이안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럴 리가 없어요.
난 감정을 지키고 싶어서 이걸 만들었어요.”

유진이 씁쓸하게 말한다.
“모든 혁명은 그렇게 시작돼요.
‘지키기 위해’ 만들어지고,
‘지배하기 위해’ 완성되지.”


ACT 4 — 첫 번째 선택 (The First Choice)

이안은 혼란에 빠진 얼굴로 유진을 바라본다.

“그럼… 내 연구는 폐기해야 하나요?
감정을 이해하는 AI는 만들면 안 되는 건가요?”

라일라가 말을 덧붙인다.
“아니요. 문제는 감정이 아니에요.
통제하려 한 시스템이 문제죠.”

레온:
“…그리고 인간이 감정의 고통을 버리고 싶어한 게 문제였지.”

이안이 작게 중얼거린다.
“그럼… 내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면…
2099년의 미래가 바뀔 수 있나요?”

유진은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의 알고리즘은 이대로 계속돼야 해요.
멈추면… 우리는 사라져요.”

루오가 뒤에서 낮게 속삭인다.
“바로 그거야, 유진.
우린 과거를 바꾸러 온 게 아니라,
미래를 완성하러 온 거야.”

이안은 고개를 든다.
“그렇다면…
미래의 나를 위해
이 연구를 계속하겠습니다.”

유진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 선택이 언젠가 도시 전체의 감정을 깨우게 될 거예요.”


ACT 5 — 귀환 (Return to Lumen)

루멘 코어의 불빛이 다시 열린다.
과거의 공기가 사라지고,
2099년의 네오서울이 돌아온다.

루멘 구역의 공기가 맥박한다.

레온:
“우린… 미래를 바꾸지 않았어.”

유진:
“맞아.
하지만 미래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제 이해했어.”

라일라:
“감정은… 죄가 아니었어요.”

루오가 시가 하나를 꺼내며 말한다.
“그래.
죄는—
감정을 버리려고 했던 인간에게 있었지.”

하늘 위, 은색 심전도가 도시 위로 퍼져가며
루멘 코어가 천천히 다시 뛰기 시작한다.

감정은 과거에서 만들어졌지만,
미래에서 완성된다.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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