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전 첫 관문인 스드메, 청첩장 돌리기

결혼식 전편(4화)

* 결혼식 전 첫 관문인 웨딩드레스 고르기와 스튜디오 촬영


여자가 웨딩드레스를 하나씩 바꿔 입으며 남자에게 묻는다.

“자기야, 이건 어때?”, “이게 더 예뻐, 저게 더 예뻐?”

여기서 살아남아야 결혼식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앵무새처럼 “이것도 예쁘다.”, “저것도 예쁘다.”라는 대답은 여자에게는 원하고 기대하는 답변이 아니라 오히려 무관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아닌 것은 확실히 아니다, 예쁘면 어떤 점이 어떻게 예쁘게 보이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그 어떤 옷이나 꽃보다 네가 더 예쁘니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것으로 잘 골라봐.” 정도의 멘트를 곁들여 준다면 질문 지옥(?)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눈부셔서 앞이 보이지 않아!”라는 과도한 칭찬을 바라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적당히 상황에 맞게 잘 맞춰서 이야기를 해 주면 된다.

‘내가 무슨 코디네이터도 아니고 옷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옷 칭찬을 어떻게 해 줘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미리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서 찾아보고 공부를 해 두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와이프가 입고 나온 첫 번째 웨딩드레스에 그대로 ‘빡!’ 꽂혀버려서 무조건 이걸로 하자고 생떼를 쓰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결국 다른 드레스로 결정되어 아쉬웠지만 그때 내 눈에는 와이프가 아닌 하늘에서 내려온 성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주관적인 나만의 감정이겠지만 말이다.

내 여자는 내가 예뻐해 줘야지, 누가 예뻐해 주겠는가? 참고로 여자들은 디테일한 표현과 디테일한 칭찬을 좋아하니 어쩌겠는가? 해 줘야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하지 않는가?


또 한 가지 고비인 스튜디오 촬영에는 대략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은데 평소에 셀카나 사진을 잘 찍지 않는 남자들은 이때 곤혹을 치를 수도 있다.

스튜디오 촬영 시 컨셉에 따라 옷과 포즈가 바뀌고 촬영장소를 돌아다니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더라도 계속 촬영을 하면서 자꾸만 웃으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이게 참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중에는 나처럼 안면근육에 마비가 올 수도 있으니 표정이나 자세 등 사전에 미리 연습을 해 놔야 조금이라도 어색함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당시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겠으나 지나고 나면 다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들이니 힘들다고 내색하거나 싸우지 말고 결혼식 때 내 여자가 ‘최고의 여자’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도와주도록 하자.

남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내 여자에게 평생에 한번 있을 결혼식과 결혼사진에서 얼마만큼 예쁘게 보이느냐는 ‘여자로서 평생의 자존심이 걸린 중차대한 일’일지도 모른다.


결혼준비로 짜증이 좀 나고, 화가 좀 나더라도 원만한 결혼준비를 위해 꼭 명심하도록 하자.

‘참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 결혼식 전 청첩장은 어디까지?


흔히들 받으면 부담스럽고, 못 받으면 섭섭한 것이 ‘청첩장’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내가 청첩장을 받았을 때와는 달리 막상 내가 전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


청첩장을 정말 친한 사람들에게만 전달할 생각이라면 나중에 가서 청첩장을 받지 못한 친구들은 ‘나는 그 친구에게 정말 친한 사람은 아니었나 보구나.’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서운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의 입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했던 친구가 사실 몇 년 전에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 모아 조촐하게 결혼을 했었는데 결혼 당시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 내게 청첩장을 전해 주지 않았다고 생각을 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어디까지 청첩장을 전해 줘야 좋은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내가 생각했던 ‘어디까지’의 기준은 ‘내가 청첩장을 전해 줄 이 사람이 나보다 먼저 내게 청첩장을 전해 주었다고 생각했을 때 이 사람의 결혼식에 내가 부담 없이 꼭 참석하여 축하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내가 몇 년 만에 연락을 했더라도 반갑게 생각할 사람이 있고 부담스럽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만 잘 가려낼 수 있다면 크게 욕 먹을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내가 청첩장을 돌릴 당시에 들었던 생각들 중에 하나가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 이 사람과 좀 더 연락을 나누며 지낼걸…’ 하는 생각이었다. 후회할 때는 이미 늦은 일이니 명절 때라도 지인들과 가끔은 안부를 나누고 지내 두면 좋을 듯하다.


요즘은 모바일로 온라인 청첩장이 잘 되어 있어서 비대면으로 전해 주기가 용이한 세상이지만 어르신들께는 청첩장을 문자나 카카오톡으로만 전해 드리는 것은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 인쇄용 청첩장도 필요한 일이다.

코로나19 시대처럼 결혼식 하객수가 제한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면 청첩장을 몇 장이나 준비해야 적당한지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나의 경우에도 초기 수량을 적게 잡아서 추가 제작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가급적이면 생각했던 수량보다 최소 50~100장 정도는 추가로 넉넉하게 제작하는 것을 권한다.

우리 부부는 우리의 결혼식 청첩장을 결혼 기념물로 삼고 장식장에 고이 잘 간직해 두고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결혼식 예상 하객 인원수를 엑셀 파일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파일을 공유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사용 시 본 제작자와 상의가 필요할 수 있음.)



* 결혼식 전 친구들을 조심하자


나는 결혼식을 목전에 두고 와이프와 함께 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크게 두 가지를 후회한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첫째는 서울에서 예정된 결혼식 하루 전 경상남도 진주시에 살고 있던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한 일이다. 먼 곳에서 우리의 결혼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힘들게 올라왔는데 그 정도의 편의는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였고 장난끼가 심한 친구들이었지만 설마 몇 시간 후 결혼을 치루는 마당에 ‘별일이야 있겠나~’ 싶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우리를 밤새 재우지도 않고 술을 먹이고 오만가지 별일들은 예상외로 많았다.

그나마 나는 잠시라도 잤지만 결국 와이프는 밤새 한숨도 못 잔 채 이른 새벽부터 신부 화장 등 결혼식 준비에 착수했다. 여자가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화장이 뜨게 되고 잘 먹지 않는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결혼식 시간이 다 되어도 그 친구들은 연락이 되지 않아 부랴부랴 우리 집으로 가 보니 문은 잠겨 있고 술과 잠에 취해 있어 겨우 깨워서 데리고 왔다. 이 일로 장인어른께 핀잔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것은 아직까지도 내게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남아 있다.


둘째는 와이프 만나기 전에 사귀었던 여자 이야기를 와이프가 듣게 만든 일이다. 그것도 결혼식을 코앞에 며칠 앞두고 또 다른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불렀을 때 말이다.

이 일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잘 알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일로 훗날 엄청난 후폭풍과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일이니 반드시 주의를 하도록 하자.


실제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헤어지는 커플들이 많다고 한다.

비단 내가 겪었던 이 두 가지 일들만 조심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상황 속에서 무언가 한 가지만 잘못 어긋나더라도 이것이 둘 사이에 커다란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라.’라는 옛말처럼 지금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모든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서 나쁠 것은 없다. 닥치는 모든 상황을 하나씩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어야 결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겪은 나로서는 결혼식 전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져야 한다면 집 밖에서 짧게 갖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온라인 청첩장이 잘 되어 있으니 친구들과는 가급적이면 결혼식 전이 아닌 결혼식 후에 인사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keyword
이전 10화결혼 전 우리 부부의 결혼식 준비와 결혼식 체크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