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현 자작시 #33
소문을 듣자 하니
학문 따라 종교 따라 흘러와
용문사에 터 잡은 후
천년이 넘도록 정진 중이라지
백 년도 못살면서 마음만 천년만년
뿌리도 없이 허공에 발을 딛고
이고 지고 사는 우리네 인생들 보란 듯이
씻고 벗고 초록 노랑 딸랑 옷 두 벌
그러면서도 일 년에 한 번은
은행을 털어 법문들은 보시한다지
뜬소문이 아니었나 봐
마을로 내려와 경찰서도 지키고
은행도 지키는 신용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
카멜레온처럼 몸을 바꾸며 종을 보존하는
생사고락형 향기는 천년을 살아 낸 지혜라지.
전수현시인 3집 《쉼을 배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