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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드러내기, 나를 수용하기
07화
잠시 다시 과거로 "청소일과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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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엉망
Nov 16. 2025
햄버거.. 지금은 흔한 음식이지만
나 때는~~이라고 하면 꼰대라지만
그 때는 햄버거는 그리 흔하지 않은 음식 중에 하나였다.
햄버거를 먹어봤다고 할 정도로 내가 살던데에서는
햄버거가게를 보기 힘들었다.
그 만큼 먹고싶기도 한 음식이기도 했다.
햄버거 가격도 기억이 난다. 기억이 맞다면 600~800원 이었던 것 같다.
햄버거는 생각보다 비싼 음식이었다.
그 당시 짜장면값이 800원보다 저렴했던 것 같기도 하고...
짜장면 값은 잘 모르겠다.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말할 처지가 안되니
그냥 집에서 식빵에다 설탕, 케찹을 잔뜩 발라서 먹곤 했었다.
동생과 둘이 그렇게 먹어도 아버지가 없는 상황이면
그저 좋았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날엔가 어머니가 청소일을 끝내고
돌아오시는데 손에 비닐봉지가 하나 들려있었다.
딱 봐도 하얀식 반투명 비닐봉지안에 알록달록한게
뭔가 맛있는게 들어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역시나 비닐봉지에서 나온 건 똰~햄버거~~
그리고 지금 과는 조합이 맞지 않지만 핫도그~~
ㅇ데리ㅇ... 이런건 아니었지만...
딱 봐도 동네 어딘가 빵집에서 사온듯 한
그래서 감자튀김도 없었던 그런 햄버거.. 그래도 너무 맛있었다.
동생은 내가 뺏어먹을까봐 도망가서 엄마뒤에서 먹곤 했었다.
아버지가 집에 없어 더 맛있었던 햄버거 였던 것 같다.
꼭 2개만 사와서 나와 동생만 먹고
엄마는 핫도그... 돈이 없어 세개는 못사서 그런건지
핫도그가 더 좋아서 그런건지..
철이 없던 시절엔 그저 햄버거가 좋았다.
케익은 그렇게 싫어하는 음식이지만
햄버거는 지금도 좋아한다.
브랜드 안가리고 다 좋아한다.
햄버거는 나한테는 힐링이 되는 음식이었으니까..
요즘도 가끔씩 사먹는 음식이다.
지금은 키오스크로 감자튀김이랑 이것저것
시켜먹지만 그 때만큼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와 동생이 한해 한해 자랄수록 들어가는 돈은 많아지니
햄버거를 먹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학원 한군데 다니지 못했지만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잘만 흘러갔다.
형편은 점점 안좋아만 가고
아버지는 돈을 버는 건지 버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그냥 생각할 뿐이다.
오늘도 주식은 손해인가보다
아니면 덜 손해인가보다.
그렇게 추측하며.. 5mm 문틈으로 보이는 건 그게 전부였다.
더 이상의 세상은 의미가 없었다.
5mm 문틈 밖은 그저 남의 세상이었다.
TV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세상....
하루는 영화극장이 너무 가보고 싶었다.
동생과 나는 한번도 영화극장에 가본 적이 없었다.
집에 있던 TV 채널레버가 반쯤 부서져 있던
그 TV가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 때는 TV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꼭 그 시간에
아버지가 계시면 어김없이 뉴스..우린 다른 것 보고 싶은데..
감히 말하지 못했다. ~ 아빠~ 다른 것 보고싶어요~ 뉴스말고~
다른 집이었으면 할 수 있었던 말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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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다시 과거로 "청소일과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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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마음의 처방이 필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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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또 다시 과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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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충격으로 멈춰버린 삶과 불안을 글로 다듬어 나가는 일기이자 에세이 형식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상의 회복을 찾아가고 있는 내용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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