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짊어진 등

지나온 세월이 말없이 말하는 것들

by 주방 이모


아침 운동을 위해 달리기 장소로 가던 길.
새벽 공기는 차고 조용했습니다.
고요한 거리 한복판에서, 걸음을 멈추게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폐지 수레를 밀고 가시는 어르신 한 분.
구부러진 등과 무거운 발걸음, 형광 조끼 위로 드러난 등이 말없이 긴 세월을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그 무게는 수레에만 실린 것이 아니었겠지요.
삶의 고단함, 가난의 흔적, 가족을 책임졌던 무게들이
오랜 시간 어르신의 등을 짓눌렀을 것입니다.

그 순간, 오래전 누군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등을 보니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네요.”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내 등은 내 삶을 고백하고 있었던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애써 감추려 해도

삶의 흔적은 자세 속에 고스란히 남는 법이니까요.

그 말을 들은 이후, 내 등에서 삶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매일 등 운동을 했고, 가슴을 펴고, 어깨를 세우며 바른 자세로 걷는 연습도 반복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요즘은 “자세가 좋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오늘 아침, 어르신의 등을 바라보며 다시 다짐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꼿꼿한 허리와 튼튼한 다리로 세상을 걷고 싶다.’ 넓은 세상을 한 번도 둘러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면, 그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삶에 짓눌려 등이 구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꿋꿋이 견뎌낸 흔적으로도 곧은 허리를 지켜내고 싶었습니다. 내 다리로, 내 건강으로 세상을 누비는 삶을 위해..

평소 같았으면 나 자신과 타협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6킬로를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렸습니다. 어르신의 삶을 지나치고 싶지 않았기에,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마치 다가올 나이와 싸우듯, 지금의 나를 조금 더 건강하고 강하게 세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오후까지도 여운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주방에서 가슴 운동과 하체 운동을 했습니다.
노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 땀 흘리며 건강을 다지고 있는 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를 살아내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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