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해서 더 진짜였던 하루'
유난히 뜨거웠던 날,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들고 물 위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번졌다.
바쁜 일에 밀려 아이들과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방학 일주일이 훌쩍 지나버렸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오늘은 보상이 아니라 그저 약속을 지킨 날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시원한 물에 뛰어들고 싶었다. 밀린 일들을 겨우 처리하고,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난지 물놀이장으로 향했다.
난지 물놀이장은 생각보다 젊고 감각적인 공간이었다. 수면 위로 펼쳐진 하늘빛, 붉은 조명, 그리고 덩그러니 놓인 빨간 의자 하나까지도 힙하게 보였다. 그 순간 잠깐이나마,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하늘의 색, 청량한 물소리, 아이들의 웃음. 그 모든 것을 오래 붙잡고 싶었지만, 샤워실에서의 짓궂은 장난 끝에 호되게 야단치며 하루를 마무리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기억에 남는 건 결국 물 위로 번진 하늘빛과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물가에 놓인 빨간 의자처럼, 조금은 엉뚱했지만 선명하게 각인되는 하루. 어쩌면 추억이란 그런 건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던, 그래서 더 진짜였던 순간들.
짧았지만 깊게 남은 두 시간. 여름방학에 남은 날들에도, 이렇게 불완전하지만 선명한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