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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달음

새로운 만남

세상을 사는 맛

by 아론

오래간만에 독서 동호회에 나갔다. 음료 한 잔을 2주에 1번 무료로 먹을 수 있기에 책과 공부할 것들을 싸들고 길을 나섰다. 도착해서 한참 책을 읽다, 내 또래에 대화를 나누는 남녀가 보였다. '책보다는 사람을 읽으러 온 사람들이구나'하고 하던 공부를 이어갔다.




음료가 나오고 1시간 즈음 지나니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혼자 남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남은 일정들을 머리로 헤아렸다. 1시간 정도 더 영어 공부를 하다 바이올린 연습을 하러 가면 딱 맞겠다는 계획을 세우다 보니 멀찍이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대화를 나누니, 생각보다 건실한 말들이 오갔다. 나의 억측이 만들어낸 허상에 실망했던 걸까,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마음이 흘러가며 이런저런 대화들도 흘러갔다. 어쩌다 보니 주제가 내 공부 쪽으로 향했다. 왜 공부를 하는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등의 좀처럼 오가기 어려운 대화들이 즐거웠다. 난 이런 주제가 참 좋다.


그러다 피곤한 남성은 먼저 떠나고, 여성분과 나만 남았다. 알고 보니 나와 년생이 같기에 '빠른'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 하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빠른 년생이라는 건 관계가 꼬이기도 쉽지만, 이국적으로? 생각하면 너도 나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방향이 아닐까라는 위안을 삼으며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별생각 없이 나선 길에 향하는 길이 유사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하마터면 처음 본 날 지각하는 불상사가 생길 뻔도 했지만, 다행히 정시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행복하고 희귀한 일이 일어난 오늘에 감사했다. '역시 오늘도 살아가길 참 잘했다!'라는 마음에, '내일도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의지로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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