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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y 07. 2024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새로운 팀에서 소규모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조촐하지만 소중한 우리 3명의 조원들. 한 분은 보고일에 연차를 사용해야 했고, 한 분은 귀가 잘 안 들리고 발음이 어눌한 팀원이었다.


막막했다.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인원 별로 작성 구간을 나누고 발표자를 정했다. 나는 여러 차례 큰 발표를 진행해 본 경험도 있었고 새로운 팀에서 좋은 인상을 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앞으로 업무가 익숙해지면 조별 과제를 진행할 일이 없을 것이고 조별 과제를 잘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리더분들께 좋은 인상을 줄 것임을.




귀가 잘 안 들리는 팀원의 눈이 반짝였다. 불편함이 있기에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주말에도 나와 자료를 정리하고 발표를 연습하는 모습이 감탄스러웠다.


누군가는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에 시기와 질투하겠지만 그의 가능성이 보였다. 조금 어눌한 말투나 들리지 않는 부분은 사전 공유가 되어있기에 보정이 될 터였다.


게다가 그런 불편함이 있음에도 열심히 준비했음을 어필하고, 이 팀원이 더 지금의 조직에 잘 녹아들 기회라고 생각했다. 보고 전일에 물었다. '발표 한 번 해볼래요?'


머뭇거리기에 연습해 본 대로 빈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약간 뭉개진 발음이지만 중요한 단어는 들렸다.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관점에서 조언을 건넸고 근무 시간이 끝나갈 때까지 그는 자료를 다듬었다.




결국 발표는 진행하지 않았다. 자료만 슥슥 보고 넘어가게 되었기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의 가능성의 씨앗을 움트게 된 기회였다.


아쉬움은 남더라도 다음 기회에 그는 본인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오랜만에 열정에 불타는 회사 생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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